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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16. 2022

김밥이 있는데 왜 먹질 못하니!!

최근 전자북 발행을 앞두고 우울했다. 출판사와의 전화 때문에 아니라, 인쇄 북 판매도 우울하다는데 전자북이 과연 얼마나 팔릴지도 의문이고 이래저래 마음이 우울했다. 결국 지인과 함께 밥을 먹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그냥 다음으로 패스를 했다.


난 마음이 복잡하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남들은 우울하거나 슬프면 먹는 것으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난 정반대이다. 그래서 엄마는 가끔 내 얼굴을 보시고는 "꺼칠하다" 하시면 분명 근간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았거나 무슨 일이 있다는 거다. 그렇다.


그래서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입맛만 없고 커피로 근근이 살았다.

그러다 지인은 내게 "그냥 경험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자기는 어쩌면 작가라는 타이트를 딴 거야"라는 말로 나를 위로해주었지만 아직 인쇄본이 결정되지 않아서 나는 시큰둥했다.


지인의 위로에 난 "고맙습니다"라고 말은 했지만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 결국은 이틀에 한 끼를 먹을까 말까 한 상태에 있으니 배가 이제 고프다, 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난 김밥 천국으로 갔다.


난 가끔 김밥천국을 가면 김밥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버퍼링이 생긴다. 하지만 난 기본을 좋아한다. 무슨 음식이든 기본을 좋아해서 양념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도 사람들은 홀 그래인 머스터드를 아니면 후추를 이렇듯 무슨 양념을 더 하지만 난 절대 아니다. 그냥 "일반 김밥"을 먹는다.


난 주문을 했다.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나는 "아주머니"라고 적어도 5번은 불렀다. 그러나 감감무소식, 결국 난 포기를 하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에 누가 온 것 같다. 이유는 내 신발이 비뚤 하게 놓여있다. 난 정말 각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칼 각도로 놓고 집을 나간다. 그런데 이렇게 흐트러질 이유가 없는데 갑자기 든 생각은 강도였다. 우리 집에서 훔쳐 갈 것은 없지만 내내 맘이 좋지 않았다. 급하게 귀중품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 lp판에 쪽지가 놓여있었다.


갑자기 없던 쪽지가 보였다.

엄마다!!

엄마의 글씨체다.

엄마가 다녀가셨다. 내용은 엄마는 내 성격을 아시고 밥도 못 먹을

것 같아 김밥을 말아 놓고 가니 상하기 전에 꺼내서 먹어라라는 내용이었는데 늘 말씀하시는 내용인데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난 그 자리에서 "엄마" 하면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얼마나 울었을까? 진동이 왔다.


엄마다.

"응 엄마"

엄마는 "그래 쪽지랑 밥은?"

난 "엄마" 하면서 또 울었다.

엄마는 "울지 말고 눈물을 아끼라고 했지"

난"엄마 괜히 전자북을 냈나 봐, 맘이 무거워"

엄마는 "무슨 소리야, 다 경험이고 엄마는 작가가 된 걸 기뻐서 김밥을 싸서 넣어놓았구먼"


난 "엄마 나.. 아니야"

엄마는 "다 지나가리라"

나"응"

엄마는"살면서 그런 일도 겪고 그러는 거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리고 냉장고가 텅 비었어. 과일이랑 이것저것 넣었으니 꼭 먹고. 쌀은 그대로고 아휴.."

난"그냥 맘이 그랬어"

엄마는 "그래 알겠다. 그런데 몸 생각해"

난"고마워 엄마"

그렇게 전화를 끊는데 , 엄마 생각에 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잠시 적막함을 느꼈다.

공허함 , 무거움 , 그리고 내 삶.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 김밥을 그날 먹지를 못했다.

결국 다 토악질을 하고 버렸다.

김밥이 있는데 먹지를 못한 꼴이 되었다.


난 너무 화가 나고 슬퍼서 내내 울면서 하루를 보냈다.

내 예민함은 우리 집에서 최고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살아온 것을.

오늘 엄마에게 전화해서 다시 김밥을 싸 달라고 부탁을 할까? 하다가 멈췄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삶이라고 알려준 인생 값 톡톡하게 치뤘다 생각하련다.

그리고 잊기로 했다. 전자북 발행은 내가 낸 인생 값이다.


제 전자북은 예스 24 구입 가능합니다.

저자:몽접으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제목은 엄마의 언어에 난 울었다 입니다.전자북으로 검색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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