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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Sep 15. 2022

삼시세끼 증후군

삼시세끼 증후군, 이렇게 써도 되는가? 한참을 생각했다. 하루 한 끼를 먹는 나는 이번 추석에 세끼를 챙겨 먹었다. 할머니의 잔소리였다. "너는 뭐 그리 다이어트를 한다고 아이고 맘에 안 들어"  늘 그러신다. 하지만 예전 안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절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뿐인데 할머니는 그건 다 예전 이야기라시며 꼬박꼬박 삼시세끼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고 강의를 하셨다.


아침을 먹는데 할머니는 추석에 다 모인 그 자리에서 식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다. 다 같이 밥을 먹어야 식구라는 정의를 내리셨다. 그리고 자식들이 온다고 하니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하셨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했다. 할머니 말씀은 그럴만했다. 할아버지는 병원에 계시고 갑자기 두 분이 헤어지고 나니 할머니는 우울하셨단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나 행복할 수 없으니 다른 곳에 눈을 돌리신 것이 할아버지 옷을 직접 만들기로 하셨단다. 


집 창고에서 오래된 재봉틀을 다시 거실로 옮기셨고 할아버지 치수를 적어 두셨던걸 기억하시고 돋보기로 하루에 한 땀씩 만들어가며 할아버지와 같이 계신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보내시다가 이렇게 추석이 되니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보면 기분이 좋으시단다. 하지만 오면 그냥 보낼 수 없으니 집에 있는 거 없는 것 다 싸서 보내는 우리 할머니는 정말 정확하시다.


거실에 가면 추석 연휴 다음날은 늘 바쁘시다.

"며느라 이건 들기름인데 똑같이 5병이다, 잘 봐라. " 그렇게 돋보기를 쓰시고도 정확하게 누구에게도 섭섭지 않게 주시고 그리고도 남은 나물이며 고춧가루 등등 다 싸면 자동차에 꽉 찬다. 그럼 할머니는 "나는 이제 없다" 하시며 굽은 등을 펴시고는 "너희들 가면 난 이제 몸살이다"하신다.


처음에는 무슨 말씀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알았다.

다들 각자 출발하고 난 남았다. 할머니의 부탁이 있으셨다.

왁자지껄했던 거실에서 이제 남은 할머니와 나 둘이서 밥을 먹는데 얼마나 허전하던지, 할머니는 "어째 조용하네" 하시며 어색해하셨고 난 "할머니 이렇게 다 가면 밥은 드셨어?" 할머니는 갑자기 목이 매이시면서 "밥은 먹어야지 , 누가 봐주냐?" 하셨다. 썰렁해진 분위기를 바꿀 겸 난 "윷놀이할까?" 하며 웃었지만 할머니는 "무슨 윷놀이 너 가면 저 할머니들이랑 지겹게 할 건데" 하시며 약간의 웃음을 보이셨다.


난 "할머니 쓸쓸하시네" 할머니는 "늘 그렇지, 우르르 있다가 없으니" 난 "그럼 앞으로 다 연휴 꽉 채워서 있다가 가라고 하셔" 하니 할머니는 "어디 다들 쉬어야지" 하시며 고개를 저으셨다.


좋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갑자기 나의 다이어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다.

"넌 여기서 세끼를 먹은 거지?"

난 "그렇네"

할머니는 "그놈의 간장종지" 

난"아닌데"


할머니는 "내가 너 때는 밥이 고봉이었어, 일은 많지 밥심으로 살았어"

난 "요즘 누가 그렇게 먹어"

할머니는 "세끼 꽉 채워서 먹어, 그러다 나이 훅 들어가면 너도 금방이여"

난"응"


할머니는 끝내 "뭐가 응이여 말만 그렇고"

난 "할머니 나 예전에 뚱뚱했을 때 애들에게 놀림을 받아서 그래"

할머니는 잠시 생각을 하시는지 뭔가를 응시하셨다.

그리고 어디론가 가셨다.

또 먹을거리를 가져오셨다.

결국 난 할머니와 감자를 먹었다.


그렇게 난 세끼를 다 먹었다. 서울로 복귀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갔다. 다행히 올라가지는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난 생각을 했다. 먹으면 찌는 거 아니었나?.


그래서 그런가? 갑자기 입이 허한 건지 마음이 허한 건지 허하다. 이것이 삼시세끼 증후군이다.

다 같이 밥 먹고 다 같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는 그 증후군 말이다. 나도 알게 모르게 혼자 살았던 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추석이 싫다고 했으면서 나름 그곳에서 충전을 했나 보다.

할머니 말씀이 생각이 났다.

"서울 가면 아마 세끼가 생각날 게다" 그때는 설마 했다.

그런데 예언이 맞았다.


삼시세끼 증후군이다. 벌써 내 자리에 빵과 사탕이 가득 있다. 동료들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난 추석에서 많이 먹어서 아직도 그때 먹었던 습관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잘 먹지 않는 내가 뭔가를 먹는 내가 신기했던지 사수는 내게 "이상해 이상해" 하시며 가셨다.

나도 모르게 삼시세끼 증후군, 그러니까 다 같이 먹는 증후군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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