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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Sep 13. 2022

전  테니스 말고  스쿼시 합니다.

난 운동에 꽝이다. 달리기도 못해, 철봉도 못해 뭣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그래서 다이어트 때 하는 거라곤 걷느것, 그래서 늘 헬스장을 끊어도 지겨운 달리기를 했다. 그나마 이어폰으로 연결해서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채우고 내려와 숨을 고르고 다시 올라가서 죽어라 뛰고 그렇게 세 달을 하고 다시는 가지 않았다. 지겨웠다. 그러다가 아는 지인이 내게 스쿼시를 배워 보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너무 낯설어서 유튜브 동영상을 봤는데 테니스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공을 벽에 놓고 치는 모양새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단 주변 헬스장을 검색을 했는데 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유는 전용면적 공간이 넓어야 하고 이용인원이 많아야 하는데 그리 많지 않아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국 구민회관을 이용해서 처음 초보자 과정으로 들어가서 난 배웠다.


처음은 정말 난관이었다.

보기에는 쉬웠다. 공을 라켓에 맞춰서 벽으로 치면 패스였는데 강사 선생님 포즈를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잘 안됐다. 민망해서 줄줄이 서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내게 모아지는 것 같아 그만둘까 생각하게 될 즈음 난 벽에 공을 맞추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탄력이 붙었다. 탁탁 튕겨지는 맞아 난 신이 나서 시간을 두지 않고 공을 내려받았고 점점 운동량은 늘고 스쿼시라는 운동에 재미가 들어서 평소 헬스장을 간다면 다리가 무거웠겠지만 스쿼시는 할만한 운동이었다.


그렇게 3개월의 초보자 과정을 거쳐서 중급자 과정을 가니 확실히 달랐다. 운동화부터 옷까지 다들 더 라이트 하며 밝고 조별 과정이 있어서 나름 가벼운 내기를 하면서 웃으면서 칠 수 있었다. 번갈아 가며 치는 스쿼시는 벽을 보고 중심을 맞춰가며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맞춰지는 쾌감에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아주 좋았다. 그렇게 재미있는 중급자 과정에 들어가는 동안, 3주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폐강을 해야 했다. 정원 미달에 코로나가 터져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결정이었다.


나는 주변을 다 뒤져서 스쿼시를 찾았지만 역시 코로나 결국은 잠시 암벽 타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다시 구민체육관에서 연락이 와서 시작하였고 살면서 자신에게 즐거운 운동을 찾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처음 알았다.


난 학교를 다닐 때도 체육시간이 싫었다. 못하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피할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늘 돌아오는 실기시험은 늘 나를 힘들게 했고 난 늘 중간 점수를 받으면 어정쩡하게 살았다. 개운치 못한 마음으로 듣는 체육시간의 수업이란 늘 뒤끝이 좋지 않았다.

살면서 체육시간에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순간은 장거리 달리기 대회였는데 내가 전교에서 2등을 했다. 잘 뛰어서가 아니라 그해 여름이 엄청 더웠는데 그 장거리 달리기를 여름에 했다. 다들 지쳐서 포기를 하거나 중간중간 아이들이 쉬면서 걷기 비슷하게 했는데 난 꾸준히 달렸다. 결국 시간과 상관없이 난 2등이라는 등수를 받고 내 생애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날은 정말 좋아서 엄마에게 자랑을 했는데 엄마는 그 2등이라는 성적보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에 축하한다고 하시며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사주셨다. 그 이후는 그리 특별한 기억이 없었는데 이번에 스쿼시를 배우면서 엄마에게 어쩌면 평생 운동을 찾은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잘 됐다고 좋아하셨다.


엄마는 산을 좋아하신다. 늘 산행을 하시는데 무릎이 아플 때도 가신다. 난 하루라도 쉬라고 하지만 엄마는 그럼 하루가 개운치 않다고 하신다. 습관처럼 가시는 그 산행에서 엄마는 왜 가시는 건지 여쭤봤더니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산 올라가면 힘들지, 그런데 그거 알아? 올라가면 이렇게 예쁜 것들을 내가 못 보고 살았네 하는 거야. 만날 보는 것들인데 힘들게 보면 더 예뻐 보여. 그리고 오늘 못 보면 언제 보나 그런 거지" 난 그 말이 이해가 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면 엄마는 "너도 나이가 들면 꽃이 달리 보일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하긴 우리 스쿼시 회원 한분이 50세가 넘으셨다. 항상 말씀하신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더 잘 치는데 공 속도가 내 나이보다 빠르네." 하시며 깔깔 웃으신다.


인생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늘 항상 반등이 있다. 공을 벽에 치면 공은 어디론가 날아오고 난 막고 공수를 늘 하는 나는 인생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늘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가 난 운동을 하면 내 자세를 늘 본다. 준비된 자세인가 아닌가, 누군가 그랬다. "자기는 늘 긴장이야, 좀 풀어, 어디 싸워?" 난 속으로 그런다 '네 , 싸워요. 지금 제 자신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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