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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29. 2022

사주에 남자복이 없대

몇 달 전이다. 아는 친구와 같이 핫하다는 철학관을 갔다. 처음의 의도는 그 친구의 운명을 보려고 갔다.

떨렸다. 워낙 유명하다고 하니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나쁜 것을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이건 온전히 나의 제안이다.

"그냥 우리 나쁜 건 액땜이니까 물어보자 , 뭐가 문제인지"

친구는"그래"

난 들떠서 "난 옛날부터 궁금한 게 그 명리 공부하셔서 보시는 분들은 자기가 남의 미래를 예측할 거라는 걸 아셨을까?"

친구는"모르지 알면서도 하는 거고 모르면서도 그 길이 흘러갔을 수도"

난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약속시간에 사람들은 없었다.

작은 탁자에 분위기는 조용했다.

약속팀을 이야기하자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럼 이름과 태어난 시 아시죠?"

친구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고 이것저것 물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친구가 말하지 않은 것을 척척 말씀하셨다. 그리고 불편한 지금의 상황도 미리 말씀을 하셨다. 난 내심 놀라서 '아니 정말 용하네'하며 양쪽 두귀를 열었다.

그리고 친구는 요즘 가장 관심사가 직장이었다.


직장에 대해서 계속 있을 것인지 이직을 할 것인지 물으려는데 이것저것을 보시더니 그냥 있으라는 이야기와 함께 올해 말 승진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을 하셨다.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승진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글쎄 그건 모르겠고 지금 그렇게 나오네요"라고 하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어느 정도 친구는 호기심을 해결하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난 내가 궁금했다.


결국 나는 질렀다."저도 봐주세요"

안경을 올리시며 "그래요 그럼.."

하시며 나에게도 똑같이 태어난 날짜와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셨다.


난 말을 하고 두근두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머리는 정말 좋네요, 그리고 복도 많고..." 그런데 "남자복이 약해요.. 건강이 약하고.."

난 이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이내 내가 물어본 질문은 "건강요?"

"네, 너무 예민해서 위가 좋지 않고요, 몸이 차서 좋지 않고요"

딱 맞았다. 이런 이게 사주팔자에 있다는 말이야라는 말을 속으로 하면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글쎄요, 아무래도 평소에 좀 자신을 풀어놓고 마음을 좀 느긋하게 가지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몸이 차니 따뜻하게 지내고"

속으로 '그 말은 나도 하겠네' 했다.


그리고 난 궁금했다.

"남자복이 없으면 결혼을 못 하나요?"

이어진 답변에 "혹시 결혼을 할 뻔한 상황이 있지 않으셨어요?"

난 "네 , 서른 즈음에"

"잘하셨어요, 하셨으면 아마 파혼이 되었을 겁니다. 늦게 결혼할수록 좋은 사주예요"

난 "그런가요.."

이어진 말씀에 "남자복이 없다는 건 본인은 좀 특이해요. 그러니까 단순하게 돈이 많으면 여자들이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본인은 돈이 많다고 좋아할 수 없어요. 뭔가 맞아야 해요. 그래서 까다로워요. 그게 참 묘한데 일단 남들과는 많이 달라요. 그래서 결혼을 한다고 하면 본인에게 맞춰주는 사람을 만날 것이고 그 사람도 그걸 알고 본인하고 결혼할 겁니다."

난 "아....."


난"그럼 저 결혼은 할 수 있어요?"

허탈하게 웃으시며 "사주팔자에는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권하는 건 좀 전에 말했지만 기준을 낮추거나 성향을 남들과 같이 하면 만날 수 있는데 지금처럼 고집을 부리면 어려워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친구는 결혼을 할 수 있어요"

내속도 모르는 친구는 "야 혼자 살아도 잘 사는 게 너야" 라며 웃었다.


그렇게 난 돈을 지불하고 나오는데 친구는 "그냥 반만 믿고 반은 버려" 라며 웃으며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난 "너는 좋은 이야기 들었으니 그럴지 몰라도 난 아니잖아"

라고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다 좋을 수 없잖아. 그리고 넌 관상이 다 좋다잖아, 그럼 된 거지"

난 "그럼 뭐해, 평생을 같이 할 짝이 없다는데"

친구는"야 요즘 이혼이 대세야"

난 "그것도 결혼을 해야 이혼이 있지"

친구는 내 기분을 알았는지 "단거 먹으러 가자, 당 충전"

그렇게 끌려간 마카롱 전문점에서 난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봤다.


'아 진정 난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가' 흘러간 인연도 없지만 올 인연도 없다는 이야기가 인생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허탈했다.

고등학교 때 정말 남자를 많이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정말 남자 친구들이 줄줄이 있었는데 각양각색이었다. 모범생부터 오토바이 친구까지 난 너무 궁금해서 "야 넌 공부 안 하고 그렇게 살게?"라고 물었는데 그때 친구가 그랬다."난 공부는 아니고 이 쪽이 내 스타일" 하면서 매일 앞머리에 고대기를 깔고 다녔다. 난 속으로 저렇게 한다고 뭐가 되겠어했는데 졸업하고 가장 빨리 결혼하고 신랑감도 튼튼한 사람으로 만나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


역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담임 선생님은 그 친구에게 제발 공부를 하라고 하셨지만 그 친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책만 덩그러니 두고 교문을 나갔으니 늘 골치였다. 하지만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돌렸는데 축사는 담임 선생님께서 하셨다.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친구에게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싫지 않은지 연말에 봐야겠다며 맞으면 다시 서울을 와서 내년 신년을 봐야겠다며 룰루랄라 흥을 뽑았다.

난 그런 친구 옆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런가 한숨을 내쉬며 지나간 내 젊은 날을 회상하며 인생사 다 좋을 수 없으니 '그래 받아들이자' 하면서도 평생 자기편 없이 산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도 없었지만 그 기대를 뽑아주신 분께 감사드리며 맘 단단히 먹고살려고 한다.


혹시라는 희망은 가지지 않는 편이다. 결과에 난 깔끔하게 승복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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