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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07. 2022

뚝배기처럼 살고 싶어서 국밥을 먹어요.

요즘 내 주식은 국밥 한 그릇이다. 나이가 드니 국밥이 정말 편하다. 

예전에 할아버지 따라서 소를 팔고 나면 항상 할아버지는 장터 국밥을 사주셨다. 경상도식 장터국밥을 사주셨는데 그때그때 달랐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소는 집에 경제적 큰 힘을 주는 동물이다 보니 몇 마리를 기르셨다. 기르던 소가 또 어린 소를 낳으면 그 소는 팔고 다른 소를 사셨는데 난 어린 마음에 "할아버지 그럼 저 어린 소는 엄마소가 없어서 슬프겠다"라고 하면 할아버지께서는 "어쩔 수 없지.." 하시면서 다음 이야기는 하시지 않으셨다. 소시장은 일찍 열려서 겨울에 가시면 항상 캄캄한 새벽에 나를 깨우셨다.


그렇게 따라가면 할아버지는 소시장에서 만난 이웃집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한참 나누시다가 흥정을 하시고는 마무리는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 하시며 웃으시고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며 사탕을 사주시고 어린 내 눈에는 약간의 돈을 조금 숨기시는 것 같았다. 일종의 약속인 셈이다. 그렇게 사면 꼭 들리는 곳은 국밥집이었다.


뜨끈한 국밥에 할아버지는 약주로 막걸리를 아주 조금 드셨다. 그리고 나에게 "많이 먹어라, 맛있다" 하시며 권하셨는데 난 "할아버지 왜 소를 팔면 국밥이야?"라고 물으면 "응 할아버지도 할아버지 아버지께 배운 거야" 하셨다. 그런가 보다 하고 먹었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어느덧 고등학교를 가면서 조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갔고 시간은 흘러 더 이상 소를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 추억은 멀리 헤어졌다.


최근 우리 집 근처에 생긴 국밥집은 싸고 맛이 좋아서 사람들이 줄을 선다.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 그런데 퇴근길에 정류장에 내렸는데 긴 줄이 서 있길래 뭐지 하고 보니 국밥집 줄이었다. 간판을 보니 24시간 영업이라고 적혀있었다. 시간상 딱 퇴근길 각에 날씨도 춥고 하니 들어가 먹기 좋나 보다 했는데 가격도 착하고 해서 나도 덩달아 줄을 섰다. 30분 정도 기다렸다 콩나물 국밥을 시켜서 먹었다.


뚝배기에 펄펄 끓어 올라 수란이 올려진 국밥을 보니 벌써 배가 불렀다. 할머니께서 늘 말씀하시는 간장종지인 내가 다 먹기는 틀렸고 난 결국 계란과 숟가락 몇을 뜨며 "아이고 먹기 힘들다"를 내뱉으며 먹었다.

그리고 펄펄 끓어오르는 뚝배기를 보고 있노라니 내 삶이 이렇게 뜨거운가를 생각하게 했다. 난 늘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지, 하며 말하지만 늘 끝에는 아쉬움이 있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30대는 과거를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를 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늘 오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려고 엄청 노력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은 늘 부족한 법, 이 뚝배기만큼만 열정적이고 뜨겁고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앉은자리는 1인석이었다. 주변을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앉았다. 눈에 띄는 아저씨 한 분이 계셨는데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였다. 약간의 반주를 드시는지 소주 한 병과 함께 드시고 계셨다.

국밥에 소주 한 병이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아니면 그냥 드시는 것일 수 있다. 참 이 뚝배기는 인생사 희로애락을 받아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는 이 녀석이 이 뜨끈함이 여름에는 이열치열로 겨울에는 뜨거움으로 가슴 저 밑까지 자기 역할을 확실하게 해 준다는 생각에 뚝배기만큼만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숟가락을 들자니 배는 벌써 부르고 그렇게 난 나와서 다시 국밥집 간판을 봤다. 24시간 운영. 내 인생도 24시간 운영처럼 뜨겁게 돌되 남들에게 도움 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먹었던 뚝배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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