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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22. 2022

크리스마스이브와 대학 합격자 발표

세상은 참 잔인하다. 내가 대학을 가려고 했던 해에는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전형 모집일에 원서를 넣고서도 결과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진짜 잔인하다" 하면서 썼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야 네가 떨어지겠냐,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넌 합격이다" 하셨다.

그래서 난 친구와 정동진 차표를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미리 합격을 예상하고 정동진을 가려고 했다.

전교에서 10명이 그날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절친인 친구와 같이 가려고 함께 표를 끊고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리며 합격의 소식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12월 23일 선생님께서 집으로 전화를 하셨다. "내일 학교로 와서 같이 확인하자" 난 "네" 하고 그다음 날인 24일 학교로 갔다. 합격자는 전화로 아침 10시에 발표였다. 그날 교무실은 학생들로 붐볐고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으로 웅성웅성했다. 담임 선생님은 "이거 뭐 막상 날이 되니 떨리네, 어때 기분이?" 난 아무 감정 없이 "모르죠 "라고 담담하게 생각했지만 너무 떨렸다. 그리고 내 점수보다 낮게 넣었기 때문에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친구와 난 두 손을 잡고 누가 먼저 확인하는가를 놓고 이야기하다가 매도 먼저 맞는 사람이 낫다고 내가 먼저 확인을 했다. 교무실에 놓인 전화기로 확인을 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께서 확인을 해주셨고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물이 났다.


선생님은 "아니 이럴 리 없는데 " 하시며 중복 확인을 하셨고 똑같은 음성으로 불합격을 들으셨다. 이때부터 사태가 난감하게 돌아갔다. 누가 뭐래도 난 붙을 거라고 했는데 떨어졌고 그다음 친구도 불합격이 되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대충 수시합격자가 절반도 안되어 이번 수시 전략을 잘못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집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집에 갔다. 엄마와 아빠는 "붙었어?"라고 물어보시고 난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아니 불합격" 아빠는 "정시에 쓰면 되지" 하시며 되려 더 쿨하게 말씀하셨다.

순간 너무 눈물이 나서 "아니 난 낮게 쓴 건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인생이 시험이야 너무 연연하지 마. 정시에는 높게 써서 보란 듯이 합격해! 그럼 된 거야.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뭘 울고 그래" 그렇다. 그다음 날이 크리스마스였다.


다들 마음이 들떠있는데 나만 우울했다. 그림 솜씨가 좋은 여동생은 내 맘을 풀어 주려고 초상화를 그려 주었고 "언니 울지 마, 정시에 가면 언니 무조건 합격이야. 점수도 좋은데 뭘" 하면서 바짝 붙어서 응원을 해주었고 그해에는 눈도 내리지 않았지만 여동생이 눈 스프레이를 뿌려주며 내 기분을 풀어주었다.


그때 다시 또 알았다. 참 인생 쉬운 게 없다. 합격을 하고 같이 가자던 정동진 표는 취소를 하고 떨어진 친구와 함께 빵집에서 만나 빵만 먹고 같이 같은 학교를 써서 다니자고 의리를 다졌고 우리는 그렇게 정말 똑같은 학교를 지원해서 똑같이 합격을 했다.

촌에서 서울로 가면 어떤 생활을 할까부터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불합격의 씁쓸함을 떨쳐 버리고 정시에서는 수시에서 떨어진 학교가 붙었다. 참 사람일은 알 수 없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엄마는 "참 웃긴다, 수시에서 떨어지고 정시에서 붙으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하시며 나중에 이 일은 할머니도 아셔서 "아이고 참 웃긴다. 그래 붙여 줄 거면 그때 붙여주지" 하시며 내 등을 쓸어주셨다.


누가 나에게 크리스마스 하면 기억나는 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난 수시합격자 발표이다. 물론 좋은 기억도 있다. 엄마가 레고를 사주셔서 이 세상에 산타는 엄마나 아빠야라는 기가 막힌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정말 세상 쉬운 거 없다는 일찍 알려 준 합격자 발표날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도 선명한 음성이 기억난다.

"불합격입니다" 그 칼날 같던 음성이 생각나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기억하나즈음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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