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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26. 2022

붕어빵 그 낭만에 대하여

일찍이 언급했지만 엄마는 호구지책으로 붕어빵을 파셨다. 아주 잠깐이라고 하셨지만 무려 2년이나 파셨다. 동네에서 크게 붕어빵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있으셨는데 개인 사정상 못하시게 되었다 그래서 후임자를 찾던 중 음식을 잘하는 걸로 유명한 우리 엄마에게 슬쩍 던지셨는데 엄마가 덥석 무셨다.


그날 엄마는 뭔가 고민이 많아 보이셨다.

저녁이 다되어 아빠의 자전거 소리에 밥을 먹는데 "자 다들 집중" 엄마는 숟가락을 드시며 "엄마가 붕어빵을 팔려고 해, 어떻게 생각해?" 

아빠는 "갑자기?"  

엄마는 "응 갑자기, 그런데 우리 옆집 아주머니 그만두시게 되어서 비법을 전수해 주시겠데" 

아빠는 "그거 아무나 못해, 당신 소리치면서 사달라고 할 수 있어?"

엄마는 "아 그러네..."

이어 여동생은 "엄마, 엄마가 팔면 내 친구들이 다 알잖아" 뾰로통한 말을 했다.

엄마는 "아 생각을 못했는데 엄마 팔면 잘 팔려서 유명한 사람 될 수 있잖아"

여동생은 "그래도 싫어"

단호했다.

엄마는 나에게 사인을 보내셨다. 그건 분명 구원의 신호였다.

난"찬성"

아빠는 "딸, 엄마 못 해. 그거 절대 쉬운 거 아니야. 그리고 딸,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청 힘들어. 지금도 엄마 힘들잖아"

난 "엄마가 하신다고 하니까 의견을 존중한 다는 거지"


그렇게 사태가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어느덧 그 전수자가 우리 집 마당에서 뭔가를 하고 계셨다.

그렇다. 비법이었다. 재료를 어디서 받아오며 어떻게 하는지 그래서 시작한 붕어빵은 내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난 동네에서 또 다른 별명이 생겼다. 붕어빵집 딸. 그게 싫은 적도 있고 좋았던 경험도 있지만 솔직히 난 그 이후로 붕어빵을 사서 먹지는 않았다. 실수가 초반에 많아서 버리기는 아깝다고 엄마와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렸다. 그래서 추운 날 붕어빵을 가끔 먹기는 하지만 줄이 길다 싶으면 그냥 집으로 간다.


그러다 내게 붕어빵이 달콤했던 기억이 있다.

나름 연애를 했을 때였다.

남자친구가 나에게 정말 심각하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이가 26살이었는데 나에게 "몽접아 너 내가 정말 그 어느 곳에도 얽매이는게 싫어서 붕어빵을 팔면 나하고 결혼할 거야?"

그때 그 눈빛은 묘했다. 난 일초의 망설임 없이 "응"

남자친구는 "왜?"


난 "사람이 중요하지 , 돈이 중요하니. 아 돈 중요하지 그런데 어떻게 버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더라, 뭐 네가 붕어빵을 팔아서라도 집안을 지키겠다고 하면 오케이 그럼 네가 가장의 역할을 하겠다는 거니까 난 상관없어. 나도 돈을 벌테니 어차피 맞벌이니까."


남자친구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럼 내가 사회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붕어빵을 판다고 하면?"

난 "갑자기 붕어빵 타령은 왜 하는 건데?"

남자친구는"아니 네 생각이 궁금해서"

난"내가 말했지, 상관없다고, 사회생활에 지쳐서 붕어빵 만든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거고 정말 극일 때 다 때려치우고 시골로 가자고 하면 그러지 뭐. 강원도 어때? 폐가 우리가 사서 다시 리모델링해서 먹고살자. "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면서 남자친구는 "네가 더 대단하다" 하며 웃으며 "오케이 그럼 나 너 믿는다" 하며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때 이후로 겨울만 되면 붕어빵을 그렇게 샀다. 난 놀리며 "왜 많이 먹어보고 연구하게?"

남자친구는 웃으며 "응, 그런데 맛이 똑같아. 경쟁성이 없어"

난 웃으며 "아예 물고기 살을 넣어. 아니면 피자처럼 도우를 넣던가"

남자친구는 "아, 대단한데. 그럼 그렇게 살까?"

난 웃으며 "야, 묻지 말고 각자 생각하자고" 하면서 정말 많이 붕어빵을 먹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3번의 겨울에는 붕어빵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남자친구는 왜 그렇게 물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그 친구라면 어딜 가든 무얼 하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도 있어서 나는 신뢰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헤어지고 뒤도 안 돌아보고 붕어빵과는 헤어졌다.

붕어빵 그 낭만은 거기까지였다.


누가 "자기 붕어빵 좋아해?"라고 물으면 "저는 물고기를 싫어합니다"라고 웃는다.

물론 먹는다. 하지만 낭만은 없다.

다시 그 낭만을 기억하면 여전히 미소는 남는다.

붕어빵을 팔겠다고 노래를 불렀던 그 친구는 지금 공무원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결혼의 여부는 모른다. 전해 들은 소식에 따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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