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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0. 2023

투잡은 아무나 하나.

내 주변에 투잡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익명이라고는 하는데 아는 사람은 아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투잡을 하신다. 처음에는 인사로 나 유튜브 시작했어,라고 하시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게 순수익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니 장난으로 들었는데 심도 있게 들으니 장난이 아니다. 결국 취미가 일이 된 케이스이다. 난 나도 모르게 "아니 유튜브로 돈 벌기 힘들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동료는 "그냥 나도 잘 몰라서 아들한테 코딩을 배우고 뭐 이래저래 부지런히, 재미있더라고" 처음에는 재미로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자꾸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만저만 머리가 아픈 게 아니었다. 결국은 그 투잡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동료들 사이에서 이렇게 저렇게 알려진 게 있으니 이제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난 그게 신기해서 들어가 보니 부업으로 돈 벌기에 대한 요령을 올려놓았다. 조회수와 구독자가 꽤 되었다.

사실 난 그 시스템을 모른다. 그냥 구독자 많고 조회수 많으면 돈 많이 벌겠지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며칠 전 공과금을 내면서 나도 모르게 "월급 빼고 다 올랐네"라고 말했다. 정말 너무 올라서 전화를 해 봐야 하나 했는데 난 공과금을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는데 편의점 점주님과 워낙 편하게 이야기하는 사이다 보니 점주님이 나에게 "아니 요즘 다 올랐어요. 저희도 너무 올라서 깜짝 놀라서 재검침을 했는데 재검침이 돈이 또 들었어요. 요즘 다들 올랐다고 이야기하시네요" 나도 거기에 맞춰서 "그러게요. 전 혼자 살고 아낀다고 하는데도 올랐어요. 아주.."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내 뒤에 계시는 분이 "저도 올랐어요" 그렇게 대동단결 되어 누가 올렸는지는 모르나 정말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5분의 수다를 끝으로 나왔는데 월급 빼고 다 올랐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이 직업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고민을 한참 하고 있는데 사실 올해까지만 이 직업을 하고 고향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 돈을 벌어도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게 돈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바짝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으로 들어가서 통장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적금을 들겠다고 은행을 들어갔다.


이자 금리 뭔 내용인지는 모르나 일단 가입을 하면 덜 쓰겠지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내 수중에서 쓸 수 있는 한 달 용돈은 20만 원 정도로 책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파이어족이 로망인 친구는 몇 년 전부터 소금왕이 되겠다고 했는데 난 그게 이해가 안 돼서 길게 오래 살아라라고 웃었는데 내가 그렇게 살게 되었다.

한숨은 나오고 결국은 서울에서 집을 사지는 않겠지만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주인집에서 살고 있는 전세살이에 지긋지긋한 나는 고향에서는 집을 살 생각이다. 그래서 어제도 알아봤더니 다행히도 고향집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월급은 쥐꼬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하시던 이야기였는데 반전이 있다. 엄마는 쥐꼬리를 직접 보신 분이다. 그러니까 엄마가 국민학교 시절에는 쥐 잡는 날이라고 해서 쥐를 잡으셨는데 한 명당 한 마리를 잡으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쥐를 잡으셨는데 생각보다 쥐꼬리가 길어서 외할머니가 "쥐꼬리만 하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서 정정을 하셨단다. 그래서 아빠가 어쩌다 "여보 미안해 쥐꼬리 월급이야"라고 하시면 엄마는 "쥐꼬리가 얼마나 긴데"라고 웃으셨다.


그렇게 난 쥐꼬리에 대한 잔상을 잡고 이렇게 살고 있다.

그래 쥐꼬리라도 벌 수 있어서 고맙다.

그런데 정말 월급 말고 다 오르는 이 기분 나만 그럴까? 투잡.. 그래 투잡은 아무나 하나 나같이 하나만 해도 벅찬 사람은 하나라도 잘하자라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아, 동영상으로 투잡을 하시는 분은 주기적으로 올리시는 편집 영상을 아들에게 배우셔서 월 200은 버신다고 한다. 난 속으로 '좋겠다' 하고 있다. 하지만 부러워만 할 뿐 내 길은 아니다. 투잡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도 허덕이고 실수연발인데 하나라도 잘해야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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