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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0. 2023

가장 친한 동기가 사표를 썼다.

결국 나와 가장 친한 동료가 사표를 냈다. 사표의 시작은 2년 전부터 시작이었다. 남편과의 따로 살이가 분기점이 되었고 아이를 너무 가지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 서로 불화가 생겨서 돈과 아이 이 둘을 가지고 늘 고민이었다. 그러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촉발제가 되어서 동료는 어쩔 수 없다고 결국 사표를 던졌다. 


동기는 나와 같은 나이이고 어쩌면 걸어온 길이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난 날이 기억이 난다. 같이 입사를 했으니 면접 때이다. 


5명이 면접을 봤는데 2명을 뽑는 자리이니 3명이 떨어지는 자리이니 만큼 서로 견제를 할 법 한데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 준 사람이었다.

"저기 얼마나 준비하셨어요"

동기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나는 그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대략 7개월 정도요"

동기는 "전 1년 했어요"

난 "그러시구나.."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동기는 "다른 곳에서 일하시다 이곳에 지원하시는 거세요?"

난 "네, 전 일하던 곳과 안 맞아서 여기가 마지막이다 하고 지원했어요"

일방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기의 용기에 나도 모르게 "그럼 다른 곳에서 일하시다 지원하시는 거예요?"

동기는 매우 수줍게 "네 전 그냥 조그마한 곳에서 일하다가 적성이 너무 아니라서.."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앞사람이 면접을 보고 나오는 표정을 보고서 "장난이 아니게 어렵나 봐요"라고 동기가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가 봐요"라고 말을 응수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기가 말한 한 마디는 "우리 만약에 합격을 해서 다시 보면 밥 같이 먹어요"


그렇게 마지막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고 면접을 보고서 합격자 발표일에 맞춰서 신입 오리엔테이션 때 신기하다고 서로 호들갑을 떨면서 만났을 때 마치 전우를 본 듯 한 눈빛으로 인사를 했다.

"저 정말 떨어질 줄 알았어요. 제가 워낙 황당해해서" 동기가 말했다.

나도 "저도요"

그렇게 이 동기와 정말 오래오래 일을 하자고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며 일을 했다.

그리고 처음 신입 때는 혼나기도 혼나고 서러울 때는 같이 울었다.


힘들 때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시절에 이 동기가 없었다면 난 아마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표를 던져서 공허함에 난 아무 말도 못 했다.


사표에 대한 고민을 처음 의논한 것도 나에게 했다.

그날은 이렇게 겨울이었다.

"자기 내가 결혼한 지 6년 차인데 아직 애가 없어. 집에서는 애를 가지라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

난 "그렇겠지. 그런데 난 잘 모르는데 스트레스받으면 오히려 임신이 안된다고 하던데"

동기는 "그런데 내가 문제인지 남편이 문제인지 이것부터 시작인 것 같아. 말을 하기가 꽤 힘드네"

커피잔을 돌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심각했다.

동기는 "시어머니는 잔소리가 점점 올라가고 우리 엄마는 점점 죄인이 되고.. 휴... 걱정이네.."

난 "남편은?"

동기는 "남편은 애라면 죽고 못살지. 오죽했으면 조카들 생일 선물에 공을 들이겠어. 그런 거 보면 내가 미안해지기도 하고.."

난 딱히 해줄 말도 없고 해서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말을 했다.


동기는 그렇게 짤막하게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 이렇게 동기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지난주 밥을 먹는데 동기는 "나 임박했다"라고 말을 했다.

앞뒤 주어 없는 말에 "무슨?"

동기는 "사표"

난 "사표?"

동기는 "응"

난 "조금 더 생각해 봐"라고 했지만 이미 마음을 굳혔다.


공허함과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난 "알겠어. 존중할게"라는 말을 하고 나서 내 자리를 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도 곧 써야겠네'라는 말을 했다.

정작 사표를 쓰고 싶은 사람은 나다.

고향에 내려가고 싶은 사람이 나라서 친구들이 들볶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맨 밑칸에 사표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동기의 사표에 눈물이 났다.

다들 "잘 지내"라고 인사를 하고 동기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며 짤막한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 뒷모습에서 허전함과 공허함은 내 몫이 되었고 그동안 수많은 커피와 음료를 마시고 실수를 연발했지만 웃으며 참아냈던 순간들이 이제는 정말 과거로 묻혀서 누구와 일을 하나라는 마음에 무거워졌다.


그리고 내 사표는 언제 던져야 하나,라는 생각에 맘이 하루종일 무거운 나는 괜히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떠난 동기를 그리워하며 잘 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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