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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2. 2023

연탄 한 장 받으세요

내가 살았던 꿀꿀이 슈퍼집 동네는 다들 연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꽁꽁 어는 겨울이 되면 다들 연탄을 꺼트리면 안 된다고 약속처럼 들어가고 나오고 그렇게 마주하면서 살았다. 그게 인심이었고 사랑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처럼 난 어렸지만 연탄이 중요한 걸 알았다.


그날은 비와 눈이 함께 내리는 날이었다. 엄청 추웠다. 엄마는 "오늘은 3장으로도 모자라겠다. 아이고 날씨가 왜 이래" 아빠는 "꺼트리지 말아야지 이거 뭐 바람도 엄청 차갑네" 그렇게 우리 집은 김치를 반찬으로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 누군가가 "김 씨 아저씨 "하면서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바람에 흔드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가 "누가 부르는 것 같은데?" 하시며 밖을 나가셨다.

그렇다.

동네 친구였다.

엄마가 미장원을 해서 늘 혼자서 먹고 자고 하는 친구였다. 

아빠는 "응 그래 무슨 일이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서성이는데 엄마는 "말해" 웃으시며 기다리셨다.

"저기 지금 어른들이 안 계셔서 추워요"

그렇다. 무슨 일인지 자리를 비운 지 이틀이 되었단다. 그러니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겠는가.

아빠와 엄마는 친구 집으로 갔다.

찬밥과 간단한 반찬이 있었다. 엄마는 "밥은 먹었니?"

말없는 친구는 눈치를 봤다.

난 "우리 집에 김치 있어, 먹을래?" 하며 내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친구는 잠시 기다리더니 "응" 했다. 그렇게 난 엄마가 우리에게 해주셨던 것처럼 친구에게 김치를 볶아서 줬고 친구는 그 자리에서 두 그릇을 비웠다.


허기를 채운 친구는 집으로 가야겠다고 같이 갔다.

엄마와 아빠가 보이지 않으셨다.

미장원으로 가신 게 틀림없다. 

미장원 문으로 뺴꼼하게 보니 이런 친구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셨다. 무슨 문제인지는 아직도 난 잘 모른다. 다만 그때 엄마의 말씀으로는 "어른들 이야기 그렇게 듣는 거 아니다" 하시며 친구는 하룻밤 우리 집에서 자는 게 낫겠다" 하시며 같이 잔 기억이 있다.


그렇게 하룻밤을 같이 자며 일어나서 친구집에 갔을 때는 친구엄마와 아빠가 계셨다.

친구는 울며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엄마가 우리 집으로 오셨다.

"고마워서 어떡하지"

엄마는 "서로 돕는 거지, 자기 연탄은 있고?"

망설이는데 아빠는 "그러지 말고 몇 장 가져가세요, 날씨가 엄청 추워요. 저희도 다음 주에 또 신청해서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친구어머니는 "그래도 될까요? 꼭 갚을게요"

아빠는 "에이 무슨 소리를 , 우리가 한 동네에.. 에이 그러지 마세요"

하시며 아빠는 비닐포대를 벗기셔서 연탄을 집게를 집어서 몇 장을 날랐다. 중간에 힘이 빠지면 깨트린다고 엄마는 조심하라고 하시며 같이 움직이셨다.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가 왔다.

"몽접아 우리 집 이제 따뜻해 고마워" 하며 인사만 하고 갔다.

엄마는 "애들 키우고 먹고사는 게 참 힘들어 그렇지?"

아빠는 "그래서 어른이 힘들어. 애들이 뭐 알면 애들인가" 하시며 연탄을 다시 만지고 계셨다.

그리고 정말 갚겠다고 연탄을 들고 오신 걸 돌려보내셨다.

대신 친구어머니는 귤을 한 바구니 보내셨다.

엄마는 "이게 더 비싸" 하시며 웃으셨고 그렇게 우리 동네는 품앗이처럼 없으면 급하게 남의 연탄을 빌려 쓰고 갚는 그런 동네가 되어 따뜻하게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 드라마 같은 내용 아닌가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살았던 동네가 그랬다.

그래서 난 늘 말한다. 가난했지만 난 운이 좋았어.

내 따뜻한 기억이 있는 동네가 있어서 난 정말 운이 좋았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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