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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0. 2023

삼각김밥의 추억

그렇다. 제목 그대로이다. 하루 삼각김밥 2개 두유 하나 먹고살았다. 기숙사에서 밥이 나오기는 했지만 잘 챙겨 먹지 못했다. 아침에는 수업 들어가기 전에 모자라는 영어 실력을 키운답시고 영어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도서관에 가서 미리 책을 읽어야 했고 오후에는 조모임에 나가서 숙제를 해야 했고 그것도 겨우 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내가 하는 아르바이트 장소에 와서 친구들은 같이 조모임을 하느라 미안한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들 그때는 그렇게 이해를 해 주었다. 이러니 내가 학교 기숙사를 살았어도 기숙사 밥을 제대로 먹은 건 아마 주말이 가장 많았을 것이다. 그나마 그것도 주말 아침, 점심부터 저녁까지 또 아르바이트를 했으니 그것도 점프. 그래서 가장 많이 먹은 게 삼각김밥이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 난 사실 삼각김밥을 서울에 와서 알았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삼각김밥이 뭔지 몰랐다. 그러다 사촌오빠가 먼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고서 어쩌다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서울에서 파는 빵이며 과자를 선물로 줬는데 그때 준 게 삼각김밥도 포함이었다. 


난 너무 신기해서 "오빠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오빠는 "너도 이제 지겹게 먹을 거" 하며 웃었다. 난 신기해서 "어 밥이네?" 하고 물으면 오빠는 "밥이긴.. 한데 맛있어" 하면서 말을 짧은 듯 아닌 듯하게 말했다. 그렇게 먹은 삼각김밥이 내 20대 8할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집에 밥이 이렇게 많은데 서울 사람들은 밥을 이렇게 사 먹어?라고 생각했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라고', 그리고 


나도 오빠처럼 서울에 입성하고 나서 편의점을 처음 갔는데 "와 "라는 탄성을 자아냈고 처음 이해가 안 된 부분이 물을 사 먹는 부분이었는데 한 달을 그렇게 살다가 내가 제일 많이 사 먹은 게 물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리고 난 '나도 서울 사람이다'라고 자조 어린 이여 야기를 나에게 한 적이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처음에는 손에 익히는데 3개월이 걸렸다. 남자들이 하면 좀 더 쉬울 수 있는 물건 날라서 옮기고 이것저것 베송부터 확인까지 난 새벽에는 임금이 더 높이 올라간다고 해서 새벽 2시까지 했는데 그때는 시간이 지나면 삼각김밥을 사장님이 주셨다. 


그러면 같이 일하는 친구와 나눠 먹었다.

그렇게 먹으면서 각각 맛있는 삼각김밥이 남으면 서로 양보하면서 먹었는데 이게 처음에는 참 맛있다. 하지만 이것도 세월이 쌓이면 맛이 없다기보다는 질린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혼자 사는 친구에게 몰빵으로 줬다. 배부른 소리 아니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새벽에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맛이 없다고 느껴서 먹어서인지 속이 많이 부담이 되었다. 결국 내 선택은 딱 하나만 먹고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다 주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난 삼각김밥으로 하루를 다 때웠다. 가장 편했다. 시험기간은 더할 나위 없는 식품이었고 그러다 하루 다 가면 그냥 학교 자판기에서 파는 200원 기본 커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젊었으니 살았지 어찌 살았나 모르겠다.

그래서 그랬을까? 집에 가면 엄마밥을 먹고 가서 친구들은 "야 너 집 갔다 왔어? 얼굴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돈을 많이 벌면 삼각김밥 안 먹겠다고 했는데 무슨 지금도 삼각김밥을 먹는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먹는다. 그런데 아직도 맛있게 먹지는 않는다. 그때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즐기지는 않지만 아주 배고플 때 먹으면 그만한 식사도 없다. 내 인생의 8할의 삼각김밥은 아마도 내일 내 주머니 안에 있을지 모른다.


늘 비상식량 같은 음식이다.

그러니 애증의 음식인 셈이다.

사람마다 이런 음식이 있지 않을까 싶다. 두고두고 봐야 하는 음식. 나에게는 삼각김밥이 그렇다. 손이 가지만 자주 가지 않으나 또 없으면 섭섭해지는 그런 뭐 그런 삼각김밥. 


겨울을 지나가는 이 골목에 오늘은 삼각김밥을 사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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