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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4. 2023

할머니가 변하셨다.

설날을 코앞에 두고 고민이 정말 많았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가셨지만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또 그 뻔한 고민들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잡생각으로 이리저리 커피만 홀짝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귀신같은 할머니의 전화 "차표는 혔어?" 나는 "아니 아직은.."할머니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그럼 어째?" 난 "할머니 이번 설에도 집에서.." 바로 반응하시는 할머니 "무슨 소리야, 설이야..."

난 "알겠어..." 그렇게 난 급히 차표를 예약을 하고 바로 달려갔다.


이미 전에 음식을 준비로 며느리들의 화려한 준비들이 한참이었다.

엄마는 "왔구나?"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난 "응"

다른 작은 어머니들도 "왔네, 반가워" 하시며 맞아주셨다.

다들 내가 설을 넘길 거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았다.

나도 일손을 바쁘게 보테야 한다는 생각에 옷을 환복하고 기름에 손을 넣었다.


지글지글 오르는 기름에 난 전을 하고 쉽게 질리는 게 전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한 입도하지 않았지만 어린 사촌동생들은 왔다 갔다 하면서 한 입들 거들었다.


드디어 총 주방장 등장, 할머니 "다들 수고가 많네" 하시며 들어오시는 할머니 그런데 뭔가 손에 들려져 있었다.

"오는 길에 샀어" 그렇다. 우리 할머니는 믹스커피의 대명사인데 이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셨다.

난 "아디서 산겨?" 할머니는 "나도 이제 변혔어, ㅋㅋㅋ"

난 "왜?"

할머니는 "아니 용식이네가 한 번 가자고 해서 들어갔는데 이게 그렇게 담백해. 그래서 커피 취향을 바꿨지. 그리고 이렇게 노력을 하는 내 딸 같은 며느리들과 내 손녀들에게 주려고 사 왔지"

그렇다. 할머니는 손수 가셔서 사 오신 거다. 그런데 문제는 거리였다.

"이 거리가 꽤 되는데?"

그때 나타난 사촌오빠"내가 모시고 갔다 왔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음식을 준비했다.


할머니가 바뀐 건 더 있었다.

할머니는 "너 이제 결혼하지 말고 그냥 살아. 이제 할머니가 잔소리 안 할 테니까 이렇게 와.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손녀는 그냥 혼자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 백날 잔소리해서 결혼한 의성댁 딸을 보니 아닌 것 같아" 이쯤 시간이 되니 궁금해졌다.

"의성댁?"

내가 물었다.

할머니는 "의성댁 딸, 이혼했어. 그래서 지금 딸 맡기고 여기서 무슨 장사하는데 무슨 농협에서 쌀팔고 아이고 무서워 암튼 그래"

난 "그럼 어째?"

할머니는 "어쩌긴 손녀 밥 하지 딸 걱정하지 여기서 한 풀이하는데 듣기가 아주 힘들어. 내가 기함이야"

난 고개를 끄덕이는데 갑자기 훅 들어오는 할머니 "연애는 하는가?"

난 "아니"

할머니는 "그래 찬찬히"

난 웃으며 "우리 할머니 변했네"

할머니는 "변한 게 아니라 난 원래 이랬어" 하시며 흥을 뽑으시고 하이톤을 자랑하셨다.


그때 큰 어머니가 말씀을 거들었다.

"어머니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 많아요, 그리고 살아도 혼인신고도 안 하고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까요"

할머니는 "그래?"

큰어머니는 "네, 제가 아는 분이 지금 5년째 같이 사는데 그냥 살아요. 그래도 결혼은 했죠. 동거는 아니고 그래도 혼인신고는 아직이더라고요"

할머니는 "참 요즘 어렵다" 하시며 뒤를 돌아보셨다.

난 나도 모르게 "우리 할머니 변하셨네"라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그러게.."


난 순간 "포기하셨나 보다" 하며 웃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게 하며 웃었지만 어딘가 모를 편하다는 동사가 생각났다.

명절만 되면 결혼 타령에 연봉에 뻔한 질문을 청문회처럼 들었는데 이번 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할머니 이 정도면 많이 변하신 거다.

할머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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