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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6. 2023

나만의 해장 겨울냉면

영하의 날씨로 한파가 다시 왔다. 가끔은 봄인가 싶어서 착각할 정도로 따사로웠다. 그래서 그런지 먹고 싶은 음식이 따로 없었다. 늘 난 말한다. 물이 제일 맛있었다고. 그러던 그 저녁에 길에서 파는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늘 인사하는 아주머니와 어묵을 먹으며 세상사 이야기를 하며 작은 의자에서 재미있게 먹었다.

"아가씨는 요즘 어때?"

난 "뭐가요?"

아주머니는 "보아하니 혼자야?"

난"네"

아주머니는 "집에서 뭐라고 안 해?"

난 "포기죠"

아주머니는" 아휴, 하지 마. 했다가 돌아오는 남자 여자 많아. 그리고 해도 별 것 없어. 고생만 많고, 잘 생각해 봐. 주위에 결혼해서 권하는 사람이 많아 , 하지 말라는 사람이 많아?"

난 "글쎄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하지 말라 까지는 아니고 이건 아니다 정도?"

환하게 웃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뭐가 아니다야 그건 하지 말라는 뜻이지"

난 깔깔 웃으며 "왜 후회하세요?"

아주머니는 "나는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 거야. 아휴 징그러워"

난 "그래도 가족이 있으면 든든하시잖아요"

아주머니는 "가족이.. 든든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래.."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갔다. 분명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집에서 마무리를 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뭔가 답답한 느낌을 느꼈다. 답답한 마음에 난 소화제를 챙겨 먹고 한파라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놓고 잠시 있었다. 밀려오는 두통에 다시 두통약까지 챙겨 먹고 겨우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출근을 준비하면서 갑자기 뭔가 시원한 게 먹고 싶었다.

가방을 챙기고 길을 건너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냉면'이라는 글자였다.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 난 반신반의 하고 들어갔다.


전문점은 아니지만 욕먹지 않을 정도로 하는 냉면집이라는 저곳으로 가야지 하는 내 발걸음이 바빠졌다.

난 무조건 물냉면이다.


"안녕하세요"

직원분의 따뜻한 인사에 "저 물냉면 될까요?"

직원분은 "날씨가 추운데요?"

난 "괜찮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적막이 흐르는 아침. 나도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지만 본능이 이끈 이 걸음으로 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나온 물냉면 난 바로 드링킹을 해버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온 말 "아 시원하다. 속이 뚫렸네"

자세를 잡고 나머지 국물을 아낌없이 먹고는 면만 남기고 나왔다.

사장님이 잡으셨다."면을 남기셨어요"

어색한 그 분위기에서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저 육수 먹으려고요"라고 말을 했다.

사장님은 "그러셨구나" 하시며 말씀이 없으셨다.


난 여름에도 냉면은 육수를 먹고 면은 별로 먹지 않는다.

그리 다르지 않은 내 스타일이라 한 사발을 마시고 시원하게 먹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기분이랄까 기분이 좋았다.


아, 우리 할머니가 겨울에 냉면을 자주 하신다.

이런 기분으로 하시는 걸까?

겨울에 명절이 아닌 날 다 같이 모이면 겨울밤 냉면을 만들어서 주시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

난 "할머니 추운데 냉면?"

할머니는 "원래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지"

하시며 골동반에 냉면을 주시는데 정말 맛있다. 

그때의 생각이 나서 오늘 아침 난 밥벌이를 왜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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