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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2. 2023

슬기로운 한국어 생활

때는 인사동을 갔다 왔을 때다. 그날은 너무 추워서 밥을 간단히 먹고 차를 마시려고 급히 움직였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아트 갤러리를 방문하고 얼굴 도장을 찍고 집으로 바로 가려고 했으나 인사동은 인사동 , 춥지만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이 있어서 난 추위를 불사하고 공연을 관람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악인 농악을 메인으로 하고 있었다. 신나는 북과 꽹과리를 시작으로 나도 모르게 들썩이는 어깨를 하며 박수를 치며 한참을 보고 있는데 외국인이 나를 보며 영어로 이게 뭐냐고 물었다. 난 "농악"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외국인은 영어로 "왜 영어로 말을 하지 않냐고 물었다." 순간 욱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난 웃으며 "원래 한국어로 농악입니다"라고 난 한국어로 말했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하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외국인은 다시 나에게 어깨를 툭 치며 "당신 영어 할 줄 알지?"라고 물었다. 난 "모릅니다"라고 했다. 물론 한국어로.

그랬더니 다시 외국인은 "알잖아"라고 영어로 말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아니 내가 "몰라"라고 말했는데 영어로 "알잖아"라고 하면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화가 울컥 났다.


그리고 난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공연이 마무리될 즈음 다 본 외국인은 나에게 "너 왜 영어로 나에게 이야기를 안 해?"라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난 한국어로 "난 한국사람이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미국인은 나에게 " 영어가 최고야"라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이제 이 정도면 시비가 붙는 거다. 난 "한국에서 얼마나 살았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당황한 외국인은 정확하게 현재완료형을 붙여서 5년이라고 했다. 그래 정확한 한국어 구사를 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한국어로 "불편하면 당신이 구글 검색기를 이용해서 내 말을 이해하세요"라고 했다. 이제 화가 나기 시작한 외국인은 "너 정말 무례해"라고 했다. 

난 아주 여유 있는 표정으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 한국은 한국어가 있고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있어요. 아무리 영어가 공용어라지만 대한민국은 한국어입니다"라고 정확하게 내가 한국어를 구사하니 당황한 미국인은 "죄송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이야기를 했다.


아니 이게 뭐야, 다 알고 있었잖아,라는 생각에 난 뚫어지게 미국인을 봤다.

난 예전부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왜 미국인이 물으면 영어로 대답을 할까이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라는데 답답하면 본인이 한국어를 배울 생각을 해야지 영어가 공용어이기지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히 한국어가 있다. 왜 사람들은 미국인을 만나면 영어로 대답을 해줄까?

친절함? 아니면 배려? 난 그게 너무 궁금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쩌다 지하철에서 미국인이 내게 물으면 난 그냥 한국어로 답한다. 그럼 상대방은 "아이 씨"라고 이야기를 한다. 결국은 안다는 뜻이다. 


물론 아예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다. 처음 한국을 와서 어디를 가야 하는데 알려 달라고 해서 난 구글 검색기를 통해서 알려줬다. 그랬더니 그냥 영어로 말하지 왜 한국어를 통하냐고 물어봐서 난 대한민국 사람이니까요라고 말을헀더니 그 사람은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라며 엄지 척을 날리며 갔다. 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원 생활에서 처음 연구원 되고 3년 차에 독일에서 살았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 독일어는 상당히 까다롭다. 남녀 쓰는 단어도 어렵고 어찌어찌해서 자격증을 따서 갔는데 막상 가니 자격증과는 거리가 먼 일상대화는 너무 빨라서 적응이 힘들었지만 그 나라에서 살려면 적어도 그 나라 언어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악물고 배웠다. 독일어 발음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친절한 이웃에게 물어서 배우기도 하고 우왕좌왕했지만 지금은 그게 자산이 되어서 재미로 드라마도 보고 그때 그 시절은 내게 아름다운 추억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어딜 가기에 그렇지만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했을 때는 프랑스 연구원 시절로 잠깐 연수를 갔을 때도 불어를 썼지 영어를 쓰지 않았다. 가기 전에 들은 말은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쓰면 그 사람은 일단 하수로 본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일단 부딪혀 봐야 알 것 같다고 했지만 난 그게 맞다고 본다. 하수로 보든 아니든 내가 그 나라에 가면 문화를 익히고 언어를 익히는 게 예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친구로 만난 프랑스 연구원과도 서로 언어를 배우면서 절친이 되어서 지금도 잘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으로 이야기를 한다. 모국어의 소중함. 그리고 언어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


난 그래서 슬기로운 한국어 생활이 정말 좋다.

늘 국어사전이 책상에 있다. 슬쩍 펼쳐 볼 때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그럼 적어놓고 쓴다.

그리고 하나씩 늘린다.

이게 나의 슬기로운 한국어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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