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한 번도 울부짖은 적 없이
이렇게 흘러버린 나를
용서하고 싶다
돌아본 자리에 허망하게
썰물로 키질하는
헝클어진 꽃 하나 너울거린다
너울거린다
나는 안다
꽃이 이토록 청승맞은 물살에
떠밀려가는 이유를
꽃은 언제나 꽃일 뿐이다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을수록
그 이유는 특별하게
가혹하고
가혹한 꽃술을 묻힌 꽃잎들은
진저리쳐지게 아름답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232
처음 김규린 시집을 읽고서 이렇게 나는 회고했다.
김소연 시인 다음으로 주목하는 작가. 인간의 그 밑바닥 감정이 구차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그저 처절함에 인간에게 살아야만 된다는 의무감으로 희생시키니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이 시집을 정말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다. 쿡쿡 찌르는 이 시를 가지고 다니면서 내 핏줄에 주사를 놓는 기분으로 다녔다. 이렇게 따끔하게 이야기 하는 시집이라면 적어도 정신은 차리고 살 것 같아서..
어제 책을 정리하는데 뭔가 툭하고 떨어지는데 이 시집이 떨어져서 오늘 출근길 다시 읽었다.
여전히 사랑하는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