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Apr 27. 2023

나는 식물성이다/김규린

세상을 향해 

한 번도 울부짖은 적 없이

이렇게 흘러버린 나를 

용서하고 싶다

돌아본 자리에 허망하게

썰물로 키질하는

헝클어진 꽃 하나 너울거린다


너울거린다


나는 안다

꽃이 이토록 청승맞은 물살에

떠밀려가는 이유를

꽃은 언제나 꽃일 뿐이다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을수록

그 이유는 특별하게

가혹하고 

가혹한 꽃술을 묻힌 꽃잎들은

진저리쳐지게 아름답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232


처음 김규린 시집을 읽고서 이렇게 나는 회고했다.

김소연 시인 다음으로 주목하는 작가. 인간의 그 밑바닥 감정이 구차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그저 처절함에 인간에게 살아야만 된다는 의무감으로 희생시키니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이 시집을 정말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다. 쿡쿡 찌르는 이 시를 가지고 다니면서 내 핏줄에 주사를 놓는 기분으로 다녔다. 이렇게 따끔하게 이야기 하는 시집이라면 적어도 정신은 차리고 살 것 같아서..

어제 책을 정리하는데 뭔가 툭하고 떨어지는데 이 시집이 떨어져서 오늘 출근길 다시 읽었다.

여전히 사랑하는 시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규리/ <이 환장할 봄날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