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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y 16. 2023

법정스님 / 일기일회

법정스님이 강연하신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해마다 아니면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읽는 책이다. 종교를 떠나서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싶으면 읽는 책이다. 이 책을 산 건 나오자마자 샀고 평소 법정스님 일상이나 어록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정말 사고 싶었던 책이다. 보통 책을 제대로 읽는다고 하면 삼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몇 번을 읽었냐고 하면 20번을 넘게 읽었고 행동과 함께 했는가를 물으면 글쎄 제대로 읽었다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늘 읽으면서 '실천'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지만 그렇게 되는 게 쉬운 일인가 하여 한 꼭지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비움'이다.


비움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건, 돈, 마음, 정신, 등등. 나에게는 가장 비우기 어려운 게 책인데 이것도 따지고 보면 물욕 심이다. 한때는 나이가 많으면 중고책방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조용한 보리차 한 잔을 내어주고 책을 같이 보면서 소담을 나누는 중고책방 사장을 꿈꾸었는데 나를 너무 잘 아는 지인은 사장이 되는 순간, 책이 아까워서 장사가 안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혹은 경제적인 이유로 책이 지겨워질 수 있다는 다소 섬뜩한 이야기를 남겼다. 일리가 있겠다 싶어서 접었다.

물론 그럴 경제적 여유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마흔이 되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과연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마흔 즈음되면 삶이 좀 편안해 집니까?-라는 질문이다.

언제가 내가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활을 한참 하고 있을 때 동아리 방에 선배가 오신 적이 있었다.

그때 선배는 잘 나가는 증권맨이었고 난 서른을 달리고 있는 선배에게 -서른이 되고 나이가 드니 편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선배는 묘한 웃음을 남기시며 -나이가 들어도 힘든 건 힘들고 인생 쉬우면 그건 사기지-라는 명언을 남기고 우리에게 통닭을 쏘고 사라지셨다.



난 고등학교 때 라디오를 들으면 사연을 읽어주는 사람이 -네 사연을 보내주신 분의 나이가 서른이신데요..-라고 시작을 하면 그때 생각에는 내가 그 서른이라는 숫자에 살고 있으면 뭔가 다르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대학을 들어가서 김광석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계란 한 판이 되고 보니 그리 달라질 것 없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남들이 가는 코스로 살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며 살았지만 결국은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더욱 나를 증명하려고 살았던 것 같다. 스스로 번아웃을 거칠 때 엄마는 내게 -너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는 말어라, 너무 안타깝다.-라고 하셨다. 펑펑 울면서 나를 내려놓으면서 그나마 숨을 좀 쉬었던 것 같다.


그래 다시 내려놓기를 이야기해야겠다. 법정 스님이 말씀하신 한 마디가 있다.

-하나면 -이다. 무엇이든 하나면 가지면 된다.라는 말씀이다. 무소유라는 것은 가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가지고 넘치게 가지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서 당신도 그렇게 실천을 하시는 거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늘 내 가방 반지 신발, 잡기들을 보면서 버릴 때 생각한다. 그래 하나만!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는 말을 하신 담임 선생님 말씀에 노력을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갑자기 부쩍 더워진 오늘 ,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넌 얼마나 실천하면서 살고 있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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