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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27. 2023

현금이 있었던 버스가 그립다.

요즘은 버스마다 현금 없는 클린 버스라는 이름으로 카드가 기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한다. 가장 우선은 아무래도 손님들이 많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니 카드를 하면 이래저래 동선이 짧아지니 가장 빠르게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으니 번거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영풍문고를 가려고 버스를 탔다. 내 목적지 종로를 향해 가는 길 중간에 나이 많은 어르신이 카드로 결제를 하는데 금액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물론 난 처음에는 몰랐다. 내 자리는 뒷자리였다. 여러 번 어떻게 동작을 하시더니 결국 안되었는지 버스 기사님이 마이크로 "어르신 다른 카드로 결제 부탁드립니다"라고 결국 말씀을 하셨고 상대방 어르신은 카드가 없는지 매우 당황하셨다. 


이때부터 스텝은 꼬였다. 매우 더운 여름 기사님은 더는 말씀을 하기 싫으셨는지 "어르신 뒤에 가셔서 찾아보시고 카드 결제 부탁드립니다"라고 다시 한번 말씀하셨다. 결국 흔들리는 버스에서 겨우 봉을 잡고 어르신은 카드로 결제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르신은 "아니 이게 왜.." 하시며 매우 당황해하셨다.


매우 당황한 어르신은 얼굴이 붉어지셨고 난 매우 소심한 목소리로 "어르신 제 카드에 돈이 좀 있는데 대신 결제를.." 어르신은 "어 그래요, 감사합니다"라고 하셔서 난 기사님께 어르신 카드에 잔액이 없어서 내 카드로 대신 결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기사님은 내 얼굴을 보시더니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시고는 미소를 보이셨다. 결국 그렇게 해결이 되고 어르신도 나도 종착지까지 갈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현금이 있었던 버스는 내게 많은 추억이 있다. 다들 한 번씩 경험이 있겠지만 20원이 모자라서 못 탄 경험도 있고 집 근처 중학교를 다니면서 걸어 다니는 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어쩌다 빨리 가야 하는 날은 버스를 이용했다. 그럼 당연히 있겠지 하고 타면 100원이 부족했을 때 맘 좋은 어르신이 대신 내주셔서 소극적인 내 성격이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는지 모른다.


그게 정이었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에 여백이라고 생각했다. 현금이 없는 클린버스라는데 언제부터 현금이 이렇게 짐이 되었을까?.

난 이런 문구를 보면 내가 사는 이 사회에서 나만 낙오자로 살아가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사회에서 나 혼자 19세기를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배달이 대세라는 요즘 배달 어플하나 없는 나, 그래서 배달하세요,라는 말에 나는 "전 어플이 없어요"라고 말하고 "카카오 뱅크 이용하세요"라는 말에 "전 이용 방법을 몰라서 그냥 현금으로 할게요" 대다수는 아니지만 어떤 상대방들은 당황하는 분들도 있었다.


자주 가는 떡볶이 아주머니는 "아니 요즘 시대에 카카오 뱅크 이용을 몰라?" 하시며 놀라셨다. 

현금이 아닌 계좌이체 이것도 알고 보면 기계로 하는 것이고 현금을 들고 다니는 나를 보면 동료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요즘 세상에 현금은 필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퇴근에 늘 타는 버스와 지하철을 만나다 보면 현금 없는 버스는 특히나 예전 감성을 느낄 수 없어서 이제는 허전하다. 물론 현금이 있었다고 그 향수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빠른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내가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어서 깊은 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난 습관적으로 이틀에 한 번씩 교통카드 충전을 한다.


그리고 매일 가는 교통카드 충전을 하는 편의점 점주님은 내게 "휴대폰으로 하세요"라는 또 내가 이해하기 힘든 말로 힌트를 주신다. 그럼 난 "이게 편해서요"라고 한다.

그렇다, 참 빠른 사회이다.


다시 현금을 좀 사용하는 사회로 가면 안 될까요?...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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