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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27. 2023

커피, 6개월째 끊고 보이는 것들.

최근 난 커피를 끊었다. 대략 6개월 정도이다. 그냥 끊은 것은 아니고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내가 이 질병이지 않을까 하고 노파심에 병원을 방문했더니 내가 병에 걸렸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여자들이라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갑상선 쪽에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너무 높은 수치라서 이러고도 내가 살았다는 생각에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하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일 모두를 중단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짧은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면 너무 병으로만 집중할 듯하여 평소 생활로 평점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하기를 권유하셨고 결국은 약을 받고 난 나이가 들면 병이 많아진다는 그 어른들에 옛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이런저런 약을 복용하며 거의 3가지 약을 복용하면서 주위에서는 "약만 먹어도 배부르겠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한숨이 꺼져라 생각하다가 커피를 끊기로 했다. 그리고 차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런저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커피도 원산지를 따지며 마시지는 않았지만 산미에 유독 약했기에 취향이라면 원산지보다는 산미 쪽으로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 좋은 커피도 아침에 일어나면 믹스커피를 한 잔을 보약처럼 먹었는데 끊고 보니 처음에는 많이 허전했다. 뭐랄까 늘 하던 패턴에서 하나가 크게 빠진 느낌. 그래 사랑니를 발치하고 그 자리가 가지는 허전함이라고 하면 맞겠다. 


그러다가 주위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처음 커피를 마셨던 때를 생각했다. 처음으로 이게 커피라고 명하며 들고 다녔던 건 회사에 처음 취업했을 때였다. 다들 점심을 먹고 가는 동선 그대로 해서 갔던 그때 말이다. 마치 그렇게 가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릴 것 같은 그 동선으로 그렇게 스타벅스에 가서 값은 비싸지만 마시면 성공한 느낌으로 하나 둘 마시면서 하루를 버틴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커피를 마시다가 이제는 비품실에서 야금야금 믹스커피를 마치 보약처럼 마시면서 어쩌면 물보다 더 많은 양을 마셨던 것 같다.


어쩌면 내 화와 스트레스를 커피에게 풀었던 것 같다. 

모든 하루가 다 완벽할 수 없듯이 어쩔 수 없이 있는 일들이나 인간관계 갈등 선택과 집중에서 나 자신에 대한 대답을 커피 한 잔으로 목 넘김을 하듯이 그렇게 한 잔에 한 잔으로 넘어감으로 나 스스로에 주술을 걸어서 마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카페인 중독으로 살았다는 전제가 맞는 듯하다.


물병을 들고 다니며 마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떨었던 그 행동에서 이제 벗어나니 지금은 정말 편하다. 옥수수수염차부터 생강차, 우엉차 등등 여러 차를 마시며 나 자신이 감정에도 잔잔함을 얻으며 조금은 다른 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주변에도 권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선택이고 의무는 아니기에 그저 그렇게 이야기를 할 뿐이다.


다만 언젠가는 다시 또 커피를 마신다면 더 깊게 즐기는 사람으로 마시고 싶다.

단순히 의무적으로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 쓰레기통으로 커피가 대신되는 게 아니라 향으로 맛으로 즐기는 사람이 되어서 여유 있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뭐든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중심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게 있다. 인생도 그렇고 작게는 버릇도 그렇다. 이번일을 겪으면서 다소 조금은 밖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더 나를 보기로 했다. 그러면 정답이 아닌 해답을 얻으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대한 이야기는 더 많지만 사족이 될 것 같다. 좀 더 시간을 가지며 커피에 대한 좀 더 고찰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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