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답이 없다.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난 지나치게 좀 무겁게 사는 편이다. 특별하게 특출 나게 그렇게 무겁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주위 지인들은 나에게 나이에 맞지 않은 생각을 한다고 이를테면 걱정을 미리 당겨 쓴다고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늘 가지고 끙끙 앓아야 했던 숙제가 있다. 나는 왜 사는가?이다.
이렇게 적으면 아직도 나이 먹고 못 찾았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끄럽게도 확실한 답안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본격적으로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붙잡는가를 생각한 건 중학교 2학년때였다.
그날도 다르지 않은 국어 수업시간, 그런데 국어국문학자,라는 글씨가 내 눈을 잡았다. 내용은 그렇다 하고 이 국어국문학자가 너무 궁금해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문학을 공부 연구하여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간략하게 말씀해 주셨다. 순간 생각했다. '그래 이거 하자' 웃기지만 단순했다. 문학을 좋아해서 작가나 평론가 보다 그냥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때는 내가 살아야 한다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했고 막상 이루고 나니 또 뭔가 결핍이 생겼다.
난 고등학교가 기숙사라 막상 세상에 던져지니 그동안 내 생각안에 스팩트럼이 마구 부서졌고 이를테면 사춘기를 대학 가서 겪었다. 심했다. 아웃사이더로 살았고 속없는 친구들은 좋은 대학 갔는데 왜 그리 울상이냐고 너 그러고 다니는 거 솔직히 짜증 난다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난 결심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를 알아야겠다고 미친 듯이 책을 읽었고 철학책을 찾아가며 열심히 열심히 물어가며 읽었지만 어디에도 답은 없었다.
당시 유행했던 책이 달라이라마책이었다. 그때 내가 생각한 딱 한 가지는 인생에 스승이 필요하다고 이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인생에 스승은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미친 듯이 헤매었다.
그러다 동창을 만났다. 그 친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내게 이렇게 말했다."자신을 찾으려면 책에서 찾지 말고 너 스스로에게 물어봐야지"라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난 이어 "그래도 없어"
라고 하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나 요즘 알바로 흔히 말하는 막노동 하는데 느끼는 게 정말 많거든, 이 오빠가 그래도 좀 느끼는 걸 풀면 말이다. 인생은 라이브다."라고 이야기했다.
순간 멍하면서도 뭔가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
방학이면 나 역시 아르바이트에 동아리에 바쁘게 지내는 건 맞는데 이 친구는 뭔가를 찾고 나는 왜 못 찾는 걸까라는 생각에 다소 콤플렉스가 생길 즈음 귀신같은 친구는 내게 "그런데 넌 네가 읽은 책을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읽는 거니?"라고 물었다.
난 "그냥 읽는 거지"라고 말하자 친구는 "다시 읽어봐"라고 했다.
그때 읽은 책이 동화책이었다. 친구가 추천을 해서 읽은 건 아니고 그냥 그때는 고향에 있었기에 동화책을 읽는데 느낌이 너무 달라서 어릴 때 해석과 스무 살이 넘어서 읽는 해설은 뭐라고 정의를 내리기 힘들었다.
그리고 스무 살 중반이 되어서 난 결론을 내었다. 스스로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 내면의 자연스러움을 정의로 내리고 더 이상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타인에게 묻지 않고 내 평생에 숙제로 살아가자로 결심하며 일기 시작은 늘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가끔 타인들에게 묻는다. "왜 사세요?"
그럼 "그냥 사는 거지 뭐 있어?" 라는데 그럼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그들만에 이야기가 있겠지.
그럼 그 타인은 내게 말한다. "너무 어렵게 살지 마, 인생 고달파"
난 "네"
하고 말은 하지 않는다.
역시 인생은 어렵다. 오늘도 난 왜 내가 살아야 하는가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