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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17. 2023

대기업을 퇴사하고 엄마에게 들었던 감동적인 말.

대기업을 퇴사했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하고는 맞지 않았다. 아니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러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했지만 조직문화에 스며들지도 못했고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은 분명 A인데 언제 어디선가 나타나서 필요하면 나를 부르고 그 자리에서 속으로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겹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지금은 그렇게 많지 않은 회식문화도 힘들었다. 다 같이 건배를 외치지만 시간은 흐르고 그러면 근처 찜질방에서 자기도 했었다. 


일단 난 화장을 잘하지 않았다. 아마 두 달 즈음 흘렀을 때 선배님이 따로 부르셔서 불편해도 화장 정도는 하고 다니라고 귀띔을 해주셔서 웃기겠지만 대학 때도 안 해본 화장을 하겠다고 화장품 가게 가서 순서를 물어보고 구입을 해서 아침에 귀신같이 해서 갔다. 처음 동료들은 웃으며 "야 이게 뭐냐?" 라며 웃었고 그럼 난 "야 이것도 시간이야"라고 되받아쳤다. 그렇다. 그렇게 기계적으로 화장을 하며 따박따박 다니다가 그날은 폭발을 했다. 


내가 관련된 일도 아닌데 내가 옴팡 뒤집어쓰고 혼이 나고 이유도 들어보지도 않고 부장님은 아직도 일이 손에 안 익었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가셔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급히 화장실로 가서 이제는 정말 사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장님께 노크를 하고 들어가는 데 "왜 또 사표 쓰게"라고 귀신같이 알아들으시고는 난 "네'라고 했더니 "3일만 더 생각해 봐"라고 하시는데 "저 결정했어요"라고 하니 한숨을 쉬시더니 "이직이니?"라고 해서 "동종업계는 안 갈 겁니다"라고 했다. 


사실 결정된 것도 없는데 무슨 배짱으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3일 뒤 다시 가서 사표를 냈더니 "그래 알았다" 하시며 아무런 말씀도 안 하셨다. 내 사표는 정확하게 6개월이 지나서야 수리가 되었다.


아침이 즐거웠고 막상 회사를 나가지 않으니 어색함도 살짝 있었지만 문제는 집에 알리는 게 있었다.

부모님은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좋아하셨는데 이걸 또 어떻게 이야기하나 고민을 막 하던 참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먹거리를 보낼 테니 알아서 챙겨 먹으라는 전화였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 나 회사 사표 썼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엄마는 " 그래"

난 "아니 힘들고 그냥.."

엄마는 "잘했어"

내 귀를 의심했다.


엄마는 "아니 너 거기 다니면서 집에도 못 오고 얼마나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고 매일 야근에 안 그래도 다들 뭐 대기업 들어갔다고 좋겠다고 했는데 난 아니라고 했어. 내가 널 모르니.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그리고 최근에 너 전화도 문자도 없고. 그래서 힘든가 보다 했어. 사람이 뭐 살다 보면 사표도 쓰고 한 직업만 있는 것도 아니고 , 우리 딸은 아마 알아서 갈 거야 그렇지?"

갑자기 복합적인 감정에 엉엉 울었다.


엄마는 목이 매이는 목소리로 "울지 말고 씩씩하게 , 그리고 고향으로 와서 좀 쉬어라"

난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지?"

엄마는 "그게 대수니?"

난 "엄마 미안해.."

엄마는 "인생 별 것 없어. 그냥 멀리멀리 봐, 그럼 지금 네 상황도 그냥 지나가는 배야. 알겠지?, 그리고 모든 직업에 다 좋을 수 없어. 인생은 늘 선택이고 시험이야. 걱정 마, 네가 가는 길이 또 있을 거야. 이번 시험은 또 견뎠고 다음이 있을 테니 걱정 마!! 엄마는 널 믿어"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난 더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직을 하고 합격을 했을 때 엄마는 "너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알지?" 난 "응"이라고 하고 시작을 했다. 현명한 엄마 덕분에 큰 고비를 넘기고 이렇게 살고 있다.

그때 낸 사표에 후회는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후회는 없다. 다만 경험이 있었기에 이직한 곳에서는 실수를 줄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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