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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22. 2023

사랑스럽게, 설탕과일(탕후루)

 

주변에서 워낙 탕후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도 그냥 넘겼다. 하루에도 열 번 이상은 듣는 것 같다.

어제는 직장 동료가 화가 났다. 딸에게 카드를 줬는데 탕후루 값으로 배달을 해서 꽤 돈을 지출해서 탕후루를 먹어본 사람으로 그만큼에 매력은 없는데 왜 먹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나오면서 동시에 옆 자리 후배 동료는 "무슨 말이세요, 과즙 팡팡" 하며 리액션 부자가 되어서 선배 동료 눈치는 일도 보지 않고 탕후루 전도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클라이맥스에 오를 때 남자 동료가 "그러지 말고 오늘 점심에 우리도 시켜요"라고 말을 던졌다.

사건이다.

뿔이난 선배 동료는 "난 안 먹어"라고 단호하게 말씀을 하셨고 탕후루 전도사는 이미 무슨 과일을 먹어야 할지 찾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은 먹지 못했다. 아니 주문을 하지 않았다. 사람수에 비해 배달을 하면 이래저래 힘들 것 같아서 넘어갔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집에 가서이다.

굉장히 기분이 꿀꿀했다.

이유는 간단했지만 때로는 인간은 간단한 것에 꽂히면 급 우울해지며 어깨가 처지는 법이다. 

"나 왔어"

동생은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요즘 유튜브와 함께 대학생 부업을 하고 있어서 매우 바쁘다.

"왔어"

난 "응"

말투가 낮았는지 "무슨 일 있어?"

난 "아니"

그리고 철퍼덕 누웠다.

에어컨을 풀가동 하고 인생이 왜 이리 힘들지,라는 생각에 큰 한숨에 잠옷으로 환복 하고는 그냥 누웠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남동생이 어딜 다녀오겠다고 나갔다. 더운 날씨에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급하다고 나가더니 사 온 게 탕후루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은 탕후루를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이었다.

"아니 그냥 이건.."

남동생은 "진짜 사람 많아서 대기만 11번"

난 "잘 먹을게"

다이어트고 뭐고 그냥 먹었다. 


그렇게 후루룩 먹은 탕후루를 생각하면 인생도 설탕처럼 코팅이 되어서 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면 그게 인생이겠는가, 그래 가끔은 이렇게 속고 먹는 게 음식이지라는 생각에 남동생에게는 자주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탕후루가 요즘 유행이라는데 나도 결국은 이렇게 먹어 버렸다는 생각에 잠시 미소가 났지만 딸이 무한대로 긁어서 화가 난 선배님 생각에 그럴만하겠다는 생각도 한편 들었다.

하루 24시간에도 끊임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 일들에도 이렇게 과즙미가 나고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색깔은 얼마나 예쁘고, 하지만 인생은 즐기며 살기에 아직은 그 정도에 급수는 되지 못하니 눈을 가리며 살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살고 있어서 탕후루처럼 설탕을 발라서 살아가는 것은 피하려고 한다. 문제를 직시하고 마주하여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탕후르를 먹겠지만 그때도 이건 '선물'이야라고 생각하며 늘 좋을 수 없음을 알기에 그렇게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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