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은 물음이다. 생각을 해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마를 입은 게 딱히 없다. 잠시 웃어볼까? 고등학교도 교복이 치마였는데 그때도 불편해서 치마 안에 체육복을 입고 다녀서 후다닥 뛰어나디며 룰루랄라 다니다가 24시간 돌아다니신다는 교감 선생님을 피해 다니며 스릴감을 느끼며 다녔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한 사람이라도 잡으면 교무실로 끌려가서 늘 듣는 소리 "치마 안에 바지는 뭐니?"라는 반복음에 "죄송합니다" 하고 돌아가도 다시 바지를 장착하고 역사시간에는 또 잤다. 아주 편안하게.
생각해 보면 난 치마가 불편했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도 남들은 캠퍼스 문화를 즐긴다고 다들 책 끼고 치마를 입었어서도 절대 난 휘둘리지 않고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서 환하게 입고 다녔다. 그때도 들었던 것 같다.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너 왜 화장 안 해? 두 번째는 왜 치마는 안 입어? 그럼 첫 번째는 화장은 나와 안 맞아. 해보지도 않고 귀찮다는 이유를 들어서 그냥 맨 얼굴로 씩씩하게 다녔고, 여자 선배는 내 얼굴이 너무 강해서 되려 화장을 하면 너무 인상이 강할 것 같으니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쭉 4년 내내 하고 다녔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등학교 때도 난 바지였어,라고 우기면서 치마 입고 여성미를 뿜 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심 불편함이 있을 거야 하면서 다녔다.
지금도 난 바지를 입고 다닌다. 어제 선배 연구원님이 "자기는 왜 바지만 입어?"라고 물으셔서 딱히 생각이 안 나서 "저는 바지가 편해서"라고 말했는데 이어서 또 "아니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 그래요?" 하면서 웃으며 답을 했지만 '아닌데'라고 생각을 하는데 "자기는 날씬한데 이렇게 저렇게 입어 봐, 나이 들면 입고 싶어도 못 입는 옷이 있어"라고 말씀을 하셔서 경청을 하는데 "나는 20대에 치마만 입고 다녔거든 그러다가 애 놓고 갑자기 살이 확 쪄서 그때 치마 다 버리고 다시 바지를 입고 다이어트해서 어찌어찌해서 겨우 치마 입고 다시 살쪄서 지금은 입고 싶어도 원피스 핏이 안 나서 못 입는데 내가 자기라면 입는다" 미소를 보이시면서 적극 권유를 하셨다.
"전 어릴 때도 치마를 입지를 않았고 어찌하다 보니 그냥 치마와는 거리가 멀어요"
선배님은 "생각하기 나름인데, 한 번 시도해 봐"
난 "네"
퇴근하는 길, 편집 숍에서 치마를 봤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치마들을 내게 어울릴까 하면서 보는데 직원이 "들어와서 보세요" 하면서 나를 이끌었다.
난 손사래를 치면서 "아뇨 그냥 이렇게 볼게요" 하면서 쑥스러워서 자리를 떠났다.
성격 탓도 있겠지 한다. 어릴 때도 엄마는 내게 예쁜 원피스를 권했지만 난 바지를 입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옆에 있던 여동생은 그 원피스를 입었고 내심 엄마는 내가 그 원피스를 입지 않아서 서운해하셨다.
난 고무줄을 하기에는 치마를 입기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초등학교 내내 바지를 입고 살았다.
나도 내가 궁금하다. 왜 바지만 입는지. 아무래도 편해서이겠지. 익숙하고.
때로는 아주 익숙한 것이 습관이 되고 패턴이 된다. 모르겠다. 언젠가는 치마를 입겠지. 그때는 아주 예쁜 치마를 입고 거리를 걸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