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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28. 2023

카톡번호를 정리하다.

언제 가였을까? 살면서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캄캄한 방에 불을 켜고 미친 듯이 물을 들이켜면서 오늘도 버텼다는 생각을 하고 주저앉아서 언제까지 서울을 버텨야 할까를 매일 생각했다. 내가 선택했고 그러기에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다고 지하철 2호선을 탈 때처럼 발 한 짝 들어서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남들처럼 열심히 살았다. 그래, 이게 살아가는 거지. 다르지 않은 내 삶에서 언제가부터 폰을 둘러보면서 힘들 때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하면서 번호를 보니 번호는 100개는 넘는데 전화할 곳이 마땅히 없어서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더 힘들고 목이 말랐다. 어제는 한참을 번호를 보는데 이제는 사라진 중국집 번호가 그대로 있었다. 내 폰은 거의 묵음이다. 전화가 와도 잘 모른다. 그래서 지인들은 제발 진동이라도 하라고 하지만 기계에 갇히기 싫어서 묵음을 하고 최소 2번 이상 전화를 했다면 카톡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무심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살아온 건 대학 때도 다르지 않다.

방학을 하면 폰을 일시중단을 하고 메일 통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고 다시 개학을 하면 폰을 들고 다니면서 말로는 연락을 하라고 했지만 거의 문자나 지금은 하지 않는 싸이월드에 글을 남겨 달라고 했다.

친구들은 참 특이하다고 했지만 어딘가에 갇힌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유와 친분에 의해 번호를 저장하게 되었다. 마치 자주 연락을 할 것처럼 받아 둔 연락처는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지지부진 해지고 지금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은 전 직장에 후임들 번호도 그대로 있어서 삭제를 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번호를 삭제하니 카톡은 그대로 남아있어 카톡을 정리했다. 어차피 연락 올 일도 없겠지만 괜히 한 두통에 맘이 휘둘려 괜한 인간사에 녹아내리기 싫었다.


언젠가 엄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모든 사람이 다 너를 좋아할 수 없다. 예수도 부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반이다. 그런데 사람이면 오죽하겠느가,라고 이 이야기를 듣고서 사람에 대한 인연에 대해 좀 놓고 살았다. 그래서 그럴까? 나도 그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내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인간사 혼자 살면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거의 다반사이니 , 괜히 어려움을 주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 더 크다. 


긴 호흡을 하며 전화번호를 하나씩 지워내니 몇 사람 남지 몇  않았다. 그리고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이 들었다. 참 신기했다. 그리고 카톡을 정리하니 서울이라는 섬에서 정말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남지 않은 이 번호들에게 감사했다.


오늘도 내 폰은 묵음이다.

언젠가 이 폰도 없앨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때를 위해 지금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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