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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05. 2023

거짓말을 못하는 엄마 만두.

배가 너무 고파서 정거장에 내리자마자 눈에 보이는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만두였다. 사실 난 만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피가 질기거나 아니면 밀가루 맛이 좀 나거나 여하튼 까다롭게 느껴지면 만두 첫 입에 아니다 싶으면 그냥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잘 사지 않는데, 그날따라 만두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연기 나면서 쪄지는 광경에 눈이 들어와서 저건 먹어야겠다 하고 줄을 섰다. 이렇게 인기가 있었던 곳인가 하고 나도 모르게 앞사람들 숫자를 세어 보니 난 12번째였다. 참고로 난 줄을 서서 먹는 사람이 아니다. 식욕이 없기 때문에 줄까지 서서 먹는 그런 열심히 먹는 사람이 아니다. 순간 그냥 갈까,라는 유혹이 밀려올 때즈음 빠르게 사람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내 차례 난 간단하게 김치만두 한 판을 샀다.


집에 도착해서 만두를 펴보니 얇은 피에 맛은 꽤 괜찮았다. 그리고 6피스에 마지막을 먹는데 내 입맛이 그런지 몰라도 비릿함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구역질이 났다. 이게 뭘까?라는 생각에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고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결국 다 토하고 먹은 것 없이 그날은 폭풍처럼 지나갔다.


그다음 날 엄마와 전화통화를 할 일이 있었다. 엄마는 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신다.

그러던 중 만두 이야기가 나와서 엄마에게 "엄마 만두 먹고 싶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그래?"

어제 겪었던 이야기를 하니 "어쩌다 그런 일이 있지" 하시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셨다. 그러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나도 그렇게 전화를 끊고 만두를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엄마가 올라오셨다. 뭔가 한가득 들고 들어오셨다.

근처 시장에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오셨다.

난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엄마 뭐야?"라고 물었고 엄마는 "만두"라고 짧게 언급하시고는 일사천리로 진행하셨다.


나는 한숨이 났다. 하나하나 이걸 언제 다 하나 하는 생각에 "엄마 그냥 사서 먹는 게.."라고 말을 하는데 엄마는 "그래서 그 타령이 났냐?" 라며 웃으셨고 나는 말없이 그렇게 묵묵하게 엄마에 지시하에 일을 진행했다.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그냥 다 우찌 근했다.

하지만 프로 주부는 이런 것 즈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공장제처럼 찍어내고 계셨다.

엄마는 도대체 얼마나 하실는지. 


대충 소쿠리에 담아 보니 100알은 되어 보였다.

난 "엄마 이걸 언제 다 먹어"

엄마는 "얼려서 해동해서 먹어"

그렇게 그날은 직접 만든 엄마 만두를 먹었다.


역시 다르다, 엄마 손 맛이 들어가서 그런가. 아니면 집에서 만든  재료 탓인가. 여하튼 그렇게 엄마와 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다음 날 주변 지인들과 맛있게 먹으라며 직접 쪄서 도시락을 만들어 주셨다. 덕분에 직장 동료들과 맛있게 먹었다.


동료들은 무슨 호강이냐고 말을 했고,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을 했다.


늘 난 이 브런치에 글을 쓰지만 언젠가는 고향에 갈 것이다. 그래서 고향 음식이 그리우면 고향과 가장 가까운 음식을 파는 곳에 가서 음식을 먹는다. 그럼 고향에서 먹는 기분으로 대신 그리움을 달랜다.

엄마 음식을 먹으면 포근하다. 그래서 그런가, 어릴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음식들이 타지 생활을 하면서 당연하지 않고 쌓이면 쌓일수록 이제는 그리움이 되어서 나는 더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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