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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10. 2023

직장인 혼자 먹는 점심, 유일한 안식.

직장인 혼밥

혼자서 점심을 먹은 지 두어 달...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일은 많고 쉬는 시간은 필요하고 그래서 결정한 건 우르르 몰려가 커피나 음료를 먹는 시간이라도 줄여보려고 하루 똑같이 매번 하는 이야기 줄여 보려고 주위에 이야기를 하고 요즘 혼자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좋다.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버스를 타고 아침에 와서 회의를 하고 점심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을 콩 볶듯이 하고 그러다 보면 시계를 볼 시간 없이 점심은 땡 하고 내부카톡에는 메뉴가 뜨고 구내식당으로 갈지 아니면 얼마 전에 뜬 핫플에 가서 먹을지를 투표 아닌 투표를 하는데 알고 있겠지만 요즘은 국밥도 서민 음식이 아니다. 얼마 전 국밥 먹겠다고 갔다가 1만 원이 넘어서 한숨을 쉬며 먹는 게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몰라서 불편한 자리를 가져야 했다. 나 같은 경우는 국물 조금에 밥은 거의 먹지 않고 반찬 조금인데 거기에 비하면 너무 비싼 밥값에 그냥 내가 냉장고 털어서 과일을 싸서 다니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옆자리 동료도 내가 그렇게 다니니 내심 부러웠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더니 난 그냥 쿨하게 주말에 사서 소분해서 다니는 거라고 했다. 내가 주로 사는 과일은 방울토마토, 바나나, 아보카도 정도이다. 그래서 퇴근하면 후루룩 도시락을 싸고 아침에는 잊지 않고 가방에 넣고 지금처럼 점심이 되면 야금야금 꺼내서 먹으며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들으며 한 틈 쉬어간다.


생각해 보니 내가 혼자서 점심을 먹은 게 지금만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인데 고3 때이다. 우리 반에 43명이었는데 난 43번째 딱 혼자 앉았다. 다들 혼자 앉으면 왕따라는 이미지 때문에 뽑기 에 43번이 나오면 얼굴이 좋지 않았는데 난 나오면 좋아서 "내가 앉을게" 하면서 일부러 바꿔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일 년을 그렇게 앉다 보니 담임선생님은 내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해서 가까운 친구를 몰래 부르셔서 내 안위를 물러 보셨단다. 점심도 그때도 혼자 먹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게 편했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도 점심을 혼자 먹었다. 친구들은 같이 먹자고 교양과목 끝나고 기다렸다 먹었지만 난 그게 뭔가 구속이라는 생각에 혼자 씩씩하게 먹었다. 생각해 보니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게 오래전부터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이 전혀 낯설지 않다.


혼자 있는 점심시간 매우 적막 하다. 그래서 난 최대한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앞으로는 절대 없을 공휴일에 대한 아쉬움을 웃음으로 털어내고 혼자서도 잘 논다.

이제 하반기이다. 어제는 일기를 열어 보았다. 상반기에는 하반기에 해야 할 일들을 적었는데 아직 다 이루지 못했다.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여러 가지 밀린 일도 있고 적어도 직장인이 가질 수 있는 오롯한 이 혼자 먹는 점심 유일한 안식이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이제 전투다. 그래 잠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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