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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12. 2023

제일 맛있는 떡볶이는 퇴근 후 먹는 거리 떡볶이 한 점

난 떡볶이를 정말 좋아한다. 밀떡파와 살떡파가 있다면 난 쌀떡파이다. 다행히 버스에서 내리면 집에 가는 길에 한 10여 분 걸으면 음식솜씨 좋은 아주머니가 맛있는 떡볶이를 팔고 계신다. 이미 많이 간 곳이라 나에게 여러 가지 물어 보시지도 않고 양도 조절해서 주시고 서비스로 어묵 국물도 넉넉하게 주시다.

다소 쌀쌀해진 요즘 더 떡볶이가 맛있어서 요즘 허탈한 배를 잡고 어제는 들렀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앉아서 먹고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다들 포장이라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야금야금 먹었다.


일상에 대한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아주머니는 "아휴 남편 병원비를 이 장사하면서 다 갚았어. 어제" 활짝 웃으시는 아주머니. 난 "많이 힘드셨죠?" 아주머니는 "여기 찾아 주시는 분들이 다 고맙고 그렇지. 아가씨도 단골이고 여기 동네가 알고 보면 다 단골장사이지 뭐" 빙그레 웃는 나를 보고서 "아니 그런데 왜 이리 적게 먹어, 많이 먹어. 살찔까 봐?" 환하게 웃으시면서 이야기를 하셨다. "저 어릴 때는 완전 비만이었요"

아주머니는 "하기는 그럴 때가 있어. 그런데 그것도 금방이야. 나 같은 경우는 날씬했거든. 나이가 들어서 안 먹고 살 빼는 건 생각도 못해. 금방 어지럽고 그렇지. 운동을 해도 다리가 아프고 아이고, 나이가 들면 다 병이라더니 말하면 뭐 해" 깔깔 웃으시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떡볶이 장사 아주머니는 "아니 오늘은 꽝이네" 두 분은 평소 아시는 분인 것 같았다. 오신 할머니는 연세가 꽤 있어 보였다. 아주머니는 "오늘도 공짜" 깔깔 웃으시며 "남는 것도 없는데 내가 번번이 이렇게 먹어도 될까 몰라" 아주머니는 "뭐 드셔도 이거 다 드시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없는 사람끼리 돕는 거지" 대충은 어려운 분을 돕는 듯 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나도 한 점을 먹고 빈속을 달래며 있자니 사람들은 다시 몰리고 급하게 분위기는 돌아갔고 아주머니는 "좋은 하루 마무리 하세요" 하시며 인사를 하며 고객들과 인사를 나누셨다.


그렇게 나도 내 음식을 정리하고 돈을 계산하고 자리를 일어나는데 아주머니는 "자기 너무 안 먹지 마, 그러다 나중에 나이 들면 지금을 후회해" 난 "네" 웃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아주머니는 "딸 같아서 그래. 요즘 다들 날씬하지.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야. " 끝까지 조언을 해주시는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는데 정말 맛있게 먹은 떡볶이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처음 떡볶이를 먹은 게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는 궁중 떡볶이로 우리에게 해주셨다. 그래서 학교 앞에 파는 빨간 떡볶이를 먹은 게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난 그게 신기해서 친구들이 먹을 때 한가락을 부탁해서 먹었는데 그게 맛있어서 엄마 몰래 사 먹곤 했었다. 모를 리 없는 엄마는 늘 말씀하시길 너무 단 음식은 그리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 앞 분식에 대해서 그리 좋은 기억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을 운동회를 하고 2부 점심시간에 집으로 갔더니 엄마가 고추장 떡볶이를 해주셨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동생과 난 후루룩 먹고서는 "엄마 정말 맛있어" 하면서 엄지 척을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할머니는 가래떡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셔서 떡볶이를 그리 좋아하시지 않으신다. 이유는 간단하다. 쌀을 수확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기에 떡볶이로 먹기에는 아깝다는 논리셨다. 그러다 손자 손녀들이 몰래몰래 스스로 만들어 먹자, 할머니는 웃으시며 조금만, 이라는 단서를 붙이시다가 당신이 드셔보시고는 달다는 말씀을 끝으로 엄마와 같은 궁중 떡볶이를 추석. 설날에 해 주신다. 그럼 우리는 득달같이 달라붙어서 먹는다.


할머니가 주시는 정성이다. 지금 엄마는 우리가 아니라 손자 손녀를 위해서 해주신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떡볶이는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 먹는 첫 점 떡볶이다.

스트레스에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수백 번 질문해서 머리가 찡하도록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떡볶이를 먹으면 '그래 이게  사는 거지' 하고 단순하게 때로는 가볍게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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