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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16. 2023

어린 나에게 모욕감을 준 선생님, 부고소식에 담담했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사건은 중학교 1학년 1학기 학기 초 3월이었다. 학교에는 방과 후를 신청하라고 했다.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를 했는데 나는 영어부를 신청했다. 담임선생임은 나에게 영어부에 들어갈 수 있으니 1학년 1반이 영어부이니 그리로 가면 된다고 말씀하셨고 방과 후 종이 울리자 말자 간단한 필기도구를 들고 들어갔다. 선생님은 이름을 부르시고 수업을 시작하셨다. 그런데 내 이름이 빠졌다. 아주 수줍게 난 손을 들고서 "저 선생님 제 이름이.." 그러자 선생님은 "너 이름이 뭐야?" 매우 신경질적으로 이야기를 하셨고 난 내 이름을 말했다. 그러자 입학하고 처음 친 영어 성적을 물어보셨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네 95점요" 그러자 그 선생님은 "야 여기는 다 100점이야. 너 같은 아이는 절대 들어올 수 없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그때 내 눈과 마주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와 같은 초등학교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였다. 


무서웠고 당황스러웠던 나머지 눈물이 났다. 그렇게 쫓겨났고 복도를 걷는데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일단은 교무실로 가서 담임 선생님께 여쭤 봐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하는데 교감 선생님과 마주쳤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학생 지금 수업입니다. 왜 돌아다니나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제 클럽활동부가 없어서 여쭤 보려고 합니다" 하고 후루룩 뛰어갔다. 자리를 비우신 담임 선생님께서는 공석이어서 난 다시 내 반으로 갔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께서는 계셨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했다.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자리를 비우셨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를 부르시더니 "자리가 찼구나 , 지금 자리가.. 그래 독서부에 들어가자"

난 "네"라고 말을 하고 그때부터 독서부에 들어가서 책을 읽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 점이었다. 처음 들어오는 책들을 다 볼 수 있는 사서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중학교 3년을 사서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책들을 만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잡식 독서를 하면서도 문고판으로 나오는 세계문학을 읽을 수 있었다.


예민한 사춘기에 내가 겪었던 그 시절에 이야기를 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서 모든 장면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영어 선생님이 감히 여기는 너 같은 아이는 들어올 수 없는 금기영역이라고 하셨던 그 장면은 생생하다.

그리고 지난주 그분이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너에게 그렇게 독하게 말하더니 그렇게 갔다"라고 말을 했다.

어린 마음에는 두고 보라고 열심히 해서 영어 점수 올린다고 독을 물고 공부를 했지만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나이가 벌써 마흔인데 그 이야기를 잡고 선생님 비보를 듣고서 마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웃으며 지우기는 힘든 기억이기는 했지만 어쩌면 내 삶의 동기에는 이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나를 더 열심히 살기 위한 단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중학교 내내 단 한 번도 이 선생님에게 영어 수업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성적순으로 영어를 들었는데 이 분은 가. 나. 다. 순으로 들어야 했는데 나는 가 반이었는데 이 분은 다반 수업을 하셨기에 생각해 보면 3월 한 달 수업을 하셨다. 그래서 난 기회가 없었다. 결국 난 그 찰나의 순간에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 쓴소리에 더 열심히 공부를 했고 가반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3살 차이 사촌오빠에게 물어서 물어서 독학을 하면서 인내심으로 버텼던 듯싶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하는 악이라는 개념은 이제는 많이 무던해지는 개념도 있다. 그래서 그런가 그 당시 어린 나에게 독한 소리를 했던 선생님에 부고에 마냥 속이 시원하지 않은 것도 나이가 있으니 그런가 보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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