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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30. 2023

살면서 명품백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난 가방을 참 좋아한다. 집에도 가방이 많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많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가방들은 그만저만한 가방들이다. 예쁜이 가방. 흔히 말하면 손가방은 없다. 기본적으로 우산과 립스틱을 포함한 간단한 파우치 그리고 책은 꼭 들어가야 하기에 손바닥 가방은 없다. 그래서 구입을 하지 않는다. 백팩을 위주로 들고 다닌다. 어깨끈이 단단한지 그리고 실용성이 얼마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책 한 권이면 대략 500페이지 정도는 수납이 가능해야 하고 노트북도 들어가야 하니 이 정도면 얼마 정도의 크기일지 상상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마흔을 넘어가면서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하나 둘 가방에 대해서 물어본다. 왜 그리 큰 가방을 메고 다니냐고, 그럼 책을 보여준다. 그럼 다들 함구한다. 자연스럽게. 웃으며.


언제였는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3주 전 즈음 되었을 거다. 강남에 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영풍문고를 향해 가고 있는데 거리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되었다. 솔직히 난 처음에 알아보지 못했다. 땅만 보고 다니는 내가 알아볼 턱도 없으며 그와는 반대로 주위를 살피며 걷는 그녀는 한 번에 나를 알아봤다고 한다. 지나가는데  내 이름을 부르는데 그것도 처음에는 듣지를 못했다. 귀에는 음악을 듣고 있어서 스쳤다. 그러다 누군가가 내 팔목을 잡아서 훅 하고 놀란 마음에 눈을 둥글게 뜨고서는 "누구세요?"라고 묻고서는 고등학교 친구라는 걸 알았다.


알고 보니 고등학교 2학년 친구였다. 세월이 너무 변해서였을까, 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이름이 익숙해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친구는 시간이 있냐며 묻는데 난 칼같이 없다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간단하게 차를 마시기로 했다. 

근처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살아온 이야기가 마구 나왔고 그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데 혼자 신난 동창을 보면서 그랬구나,라는 추임새만 넣고서 난 그냥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였다. "어때 이쁘지?"

나는 "응" 너무 심심한 답을 했을까, 그녀는 "나 이거 일 년 벌어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산 d사 리미티드 에디션" 그때 내 반응은 "어머 그랬구나" 정도는 했어야 했는데 "응"이라고 말했더니 상대는 너무 놀라며 "넌 별로구나?" 난 "나 명품에는 관심 없고 그 정도 돈도 없고"라고 말을 하자, 친구는 명품으로 재테크를 한다며 이제는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서 이야기를 했다. 진부한 이야기를 계속 듣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러서 난 마무리를 해야 했다.

"나 이제 서점 가야겠다"

친구는 "어.. 그러자" 하면서 일어서는데 친구는 나에게 "아직도 학생이야?"

난 "뭐가?"

친구는 "아니 아직도 백팩이냐고?"

난 "이게 어때서?"

친구는 " 우리 나이에 백팩을 너무 좋아하는 것도 참.."

난 "책이 많아서"

친구는 "야 그럼 그 많은 백팩 팔아서 명품 하나 장만 해라"

난 너무 노골적인 이야기에 한숨이 나서 "나와는 안 맞네" 라며 그냥 말을 아꼈다.

자리를 나와 서점을 향하는 길 동창은 내게 "언제든 연락해, 내 가방 너 줄게"

난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살면서 내 인생에 명품백을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만약 산다면 아주 늙어서 오랜 호호할머니가 되면 모를까. 


가끔 이런 생각은 한다. 나에게 주는 선물로 하나 정도는 살까? 그런데 그 돈이면 책이 몇 권인데 라는 생각에 싹 접힌다. 그리고 짝퉁이 얼마나 많은데 결국은 난 백팩, 내 인생에 명품은 그냥 책이다. 좋은 책 가을이라 말이 살이 찐다는데 난 책으로 마음을 찌울 생각이다. 오랜만에 생각이 많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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