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용카드가 없다. 아 20대 중반에는 있었다.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신청을 하고 나도 그래서 아, 이렇게 쓰는구나 하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알겠지만 현타는 고지서를 보면서 내가 쓴 것들을 보면서 이건 뭐 거의 대환쟁이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신용카드를 없애기로.
그 흔하다는 큰 가위를 들고서 하나 있는 신용카드를 자르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다시 신용카드를 쓰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고 미립자 크기로 신용카드를 잘랐다. 그리고 매우 흡족하게 버리고서 은행에도 헤지신청을 했었다.
그 후 두 달 즈음 지났을까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앞두고 음식을 먹고 돈을 계산해야겠다고 할 때즈음 문제가 생겼다. 카드가 없다. 중요한 건 입출입 카드도 없었다. 현금만 덜렁 있어야 하는데 현금을 뽑아야 할 기계를 찾는 게 문제였다. 재치 있게 친구에게 배가 아프다고 하고 편의점에 가서 돈을 뽑았다. 그리고 순간 드는 생각이 '아 신용카드' 하지만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도 난 만들지 않았다.
어렸을 때 가난이 내게 말해준 것은 무조건 아끼고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껴라, 는 걸 알려줬기에 난 철저하게 실행했다. 그래서 그런가 별문제 없이 살고 있다.
가끔 내 주변에 신용카드로 다툼을 하고 얼굴이 붉어져서 출근하는 동료를 보면 그냥 자르세요라고 조언을 하지만 그게 어디 맘대로 되겠는가 그게 안되니 나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손을 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욕심은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인간인지라 놓지를 못해서 그런 거다.
난 신용카드를 자르고 나니 오히려 가계부를 쓰고 있고 내가 어디에 무엇을 쓰는지 정확히 알고 나니 수입과 지출은 뻔하지만 더 줄이며 살고 있고 가끔 유혹하는 신용카드 플러스 덤은 그냥 내게는 맞지 않은 옷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은행에 맡기고 있다.
언젠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료로 사주를 봤는데 난 재물복이 자수성가,라고 나온 적이 있다. 푹 하고 웃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가끔 사는 로또도 잘 돼야 5만 원이다. 그리고 거의 꽝이다. 가끔 사지만 너무한다, 하면서 웃어버린다.
무엇이든 장단점은 있다. 쓰기는 쉽고 훗날에 스트레스는 있는 신용카드 그래서 난 애초부터 그 스트레스가 싫어서 없다. 남들은 휴대폰에 장착하고 있다는데 참 난 거꾸로 사는 아날로그 인간이다.
사람들이 쉽게 결제할 때는 가끔 부럽긴 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흔들리지 말아야지 한다. 그래야 돈을 모은다,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