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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02. 2023

첫사랑이 발목을 잡았다.

내 인생에서 연애는 딱 한 번이다. 오랜 친구로 만나다가 연인이 된 경우라 주변에서는 그 한 번이 내 인생을 망쳤다고 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많이 연애한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니 좋은 인연이었다고 생각하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난 사실 이 친구와 연애를 할 생각이 없었다. 영혼에 단짝으로 아주 좋은 친구였다. 그래서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주고 넘치는 게 있으면 따끔하게 충고를 해주는 친구였기에 이만한 이성친구는 없다고 생각해서 남사친으로 최고였다. 그리고 애초에 내게는 연애라는 낭만이 없었다. 내 주변을 봐도 연애를 하고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는 우는 게 다반사였고 내가 보기에는 답이 나왔는데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까를 몇 번이고 물어오는 통에 나는 그게 질려서 피해 다녔던 경험도 있다. 


친구 중 한 명은 선배를 만났는데 그 선배는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 태평양이었다. 그런데 막상 친구에게는 시간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일찍이 연애를 한다면 친구가 힘들어지니 그걸 감안하라고 얕은 충고를 했었다. 그걸 안 친구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떄때마다 연애 한번 안 해본 나에게 늘 질문을 해와서 결국에는 네가 알아서 하라고 돌아섰다. 


공부하기에 바빴고 동아리에 다른 과 수업에 , 알바에 미친 듯이 살았다. 그래서 연애라는 시간에 나눠 줄 공간도 없었고 남자들이 다 그렇지 하면서 살아서 굳이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살았다. 가끔 나에게 마음에 있다고 고백하는 남자동기들이 있었지만 난 아주 단호하게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다. 내가 뭐라고.


졸업을 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때 내 영혼에 메이트는 군대를 갔었다. 그때 이 친구가 나에게 결혼을 하자고 했다. 아니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하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우리는 정말 잘 통해서 잘 살 수 있겠지만 만약 연애 기간에 틀어지면 오랜 친구를 잃는 게 싫어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렇게 거절을 한 달을 끌었고 쉼 없이 설득을 해 오는 친구에게 물었다. 만약 헤어지면 우리는 어떤 방향이냐고 그때 친구는 "그럼 끝이지 뭐, 그런데 잘 될 거야" 마냥 긍정적인 친구 말에 난 어이도 없었고 어쩌면 이게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좁은 생각은 이러했다. 이 친구만큼 나를 잘 알고 가치관 습관 그리고 내 단점을 커버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일 때도 힌번도 싸운 적도 없으니 연애를 한다 해도 달라질 것 없으니 뭐가 문제가 있을까 괜히 내가 너무 오버해서 생각한다고 나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리고 난 대략 2년 10개월 연애를 했다.


그런데 사람은 참 무섭다. 나에게 촉이 왔다. 난  이 사람과는 결혼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니까 이 연애의 끝은 비관이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과는 사뭇 다르며 끝을 아는 연애이기에 슬펐다. 둘이었지만 혼자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으며 연애를 했고 결국은 난 헤어짐을 통보받았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전화를 걸어서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제대를 한 달 앞둔 군부대까지 찾아갔지만 만나 주지 않아서 돌아와야 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어쨌든 헤어짐을 통보받아서 난 꿈에서 따지는 꿈을 꾸었고 아니면 엉엉 우는 꿈을 꾸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일어나면 베개에 눈물이 있었다. 그렇게 일 년을 술을 마시면서 후회하고 아파하면서 살았다.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주위에서 걱정을 해서 발을 동동 거려도 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절친인 친구가 그 친구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다고 나 버리고 잘 먹고 잘 산다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난 정신을 차리고 궤도에 들어올 수 있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결혼했다면 행복했을까? 아니 인연이긴 했을까? 인연을 만나면 '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는데 나는 그런 것도 없었고 종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럼 난 뭐였을까? 

지난 일을 들춰서 뭐 해,라는 이야기로 가끔 친구들이 물어본다. "야 너 그때 만났던 친구 결혼했어도 너 피곤했어. 그 친구 은근히 바람기 있었어" 좋지 않게 이야기하는 친구 만나면 "사람이 다 좋을 수 있니, 그냥 인기 많은 친구이긴 하지"라고 나는 이야기를 마무리 지운다. 


얼마 전 아주 절친인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요즘 드라마를 보는 중인데 인연인 사람은 정말 따로 있는 것 같다며 다시 연애 세포를 발동하며 스토리를 슬슬 풀어냈다. 난 웃으며 "오 좋아"라고 반응을 했고 친구는 "야 그런데 너 그때 그 친구 다시 만나면 뭐라고 할 거야?"

난 "할 말이 없는데"라고 했더니 친구는 "하긴 좀 힘들었어야지"라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나 아니어도 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친구는 잠깐에 침묵을 깨고서는 "그래 어쩌면"이라고 전화를 끝었다.


인연이라는 게 어디 쉽게 이어지겠는가, 그리 모진 인생수업을 했음에도 아직도 인연 타령한다고 엄마에게 혼남에도 난 아직도 내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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