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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07. 2022

짜장면을 비비는 게 아니라 추억을 비빕니다.

어릴 때 우리 집 근처에는 국수공장이 있었다. 그래서 집 근처 공장에서는 국수를 원가에 아주 싸게 살 수 있었다. 가난한 우리 집은 분식을 자주 먹었는데 라면을 먹기도 했지만 엄마는 국수를 그렇게 자주 하셨다. 이렇게 겨울 봄, 을 오고 가는 날씨면 가락국수도 해주셨고 그다음 많이 해주시는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보통 짜장면 하면 돼지고기를 생각하는데 가난했던 그 시절은 고기는 아니고 대신 감자와 양파를 듬뿍 올린 짜장면이었다. 고기를 올리긴 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아 그냥 맛만 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늘 난 "엄마 고기는 거의 없는데?" 하고 웃으면 "어쩌냐.. 우리 집이 아직인데.." 하시며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짜장면을 애처롭게 보셨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아빠는 "내년에는 아빠가 돈을 더 벌어서 돼지고기 많이 넣어줄게" 하시며 목소리를 크게 내셨다. 상관없었다. 밥이 아닌 짜장면은 어차피 외식 개념이라 뭘 먹어도 맛있는 우리에게는 엄마가 하는 음식에는 늘 평가가 좋았다.



그날도 이렇게 날이 풀리지만 끝에는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엄마는 그날도 어김없이 국수를 끓이시면서 "딸들 오늘 짜장면 어때?" 하시며 물어보셨다. 동화책에 푹 빠져 잘 듣지 못해서 " 뭐라고?" 대답을 했고  엄마는 다시 "짜장면 어때?"라고 크게 이야기하셨다. "좋지" 깔깔 웃는 우리의 소리에 엄마는 감자와 당근을 써시며 콧노래를 부르셨다. 엄마의 음식 솜씨야 동네에서 다 아는 사실이고 난 엄마의 심부름으로 꿀꿀이 슈퍼에서 춘장을 사러 갔었다. 아주머니는 "오늘 짜장면 하냐?" 난 "네" 아주머니는 "좋겠네" 하시며 웃으셨고 , 난 "우리 엄마 음식 잘하세요"라고 은근히 자랑을 했다. 그럼 아주머니는 "아이고 그거야 말하면 뭣 하냐" 하시면서 나에게 눈깔사탕을 선물로 집어주시며 "저녁 먹고 먹어라" 하시며 인심 좋게 주시면 그날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난 춘장을 사들고 들어와 엄마에게 전달하면 엄마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셨다. 고소한 냄새는 진동을 했고 나와 동생은 번갈아가며 왔다 갔다 했다. 엄마는 "기다려 봐, 곧 될 거야"하시며 우리 자매를 보시며 웃으시며 불과의 싸움을 시작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어 시간이 지나면 귀신처럼 나타나는 소리 



따르릉 그렇다, 아빠다. 엄마는 귀신같이 아빠가 오는 시간에 맞춰서 짜장면을 다하고 개다리소반에 내어 놓으셨다. 뜨끈한 짜장면이 올라오면 아빠는 "아이고 이거 뭐 , 반찬이 필요 없네" 하시며 군침을 삼키셨고 짜장면은 가로 세로 비비며 먹어야 한 다시며 시범을 보이셨다. 우리는 어떻게 비벼도 맛있다며 엄마가 비벼 준 짜장면으로 먹으며 "엄마 매일 먹어도 안 질리겠다"하며 옷에 튀는 것도 모르고 먹었다.



지금도 엄마와 난 짜장면집을 간다. 그럼 예전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엄마는 도리질을 하신다. "아휴 그때 어렵게 살아서 고기도 없었다." 하신다. 그리고 엄마는 "음식은 달면 안 되는데.." 하시며 단 짜장면을 싫어하신다. 자주 가는 짜장면집은 그래도 입맛에 맞으시는지 드신다. 그리고 난 이야기한다. "엄마 그 엄마가 해 주던 짜장면 그건 추억을 비비는 짜장면이라 그런가? 맛이 달라, 어딜 가도 그 맛이 안 나네" 그럼 엄마는 그러신다."그렇지.. 추억이 무섭지" 하신다. 우리는 사이좋은 모녀, 엄마는 가끔 만들어주신다. 역시 엄마의 짜장면은 최고다.

 by-몽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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