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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Nov 22. 2023

선생님의 거짓말.

내가 따르는 사회에서 만난 선생님은 정말 친화적이며 서민적이시다. 이분과도 벌써 인연이 꽤 되었다. 그래서 나름 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알고도 또 알아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워낙 맵시 있게 사셔서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에 일이 많아서 앉아 있는 시간에 비례해 운동이나 움직임이 많아져서 뱃살이 늘었다고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근처 헬스장을 등록하셨다고 하셨다. 난 웃으며

"아니 선생님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선생님은 "네 눈에는 아니지만 나는 느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평소에 엄청 관리를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에 간식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일차적으로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뱃살을 빼겠다고 점심시간을 쪼개서 헬스장을 등록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언가를 챙겨드린다는 게 부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한 달이 흘러 선생님을 뵈었다.

확실히 심플하게 아니 좀 마르셨다.

난 "아니 너무 운동 많이 하신 거 아니세요?"

선생님은 "아니야, 뱃살은 옷 속에"

그렇게 간단한 곡주를 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사실 선생님을 만나기 전 뭔가를 챙겨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군것질을 하실까 싶어서 껌과 약간의 과자 그리고 양갱을 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퇴근길 편의점을 들러서 책과 함께 선물로 드렸다.


어색함과 민망함으로 "선생님 겨울 선물" 하고 드리니 "아이고 이거 뭐.." 하시며 역시 책을 먼저 보시고 나머지도 구경을 하셨다. 깔깔 웃으시며 "아니 언제 산 거야?"

난 "일찍 도착해서 좀.."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난 사실 선생님께서 양갱이나 기타 먹거리를 드시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했다.

그런데 반전이었다.

어제 카톡으로 "양갱을 드셨습니까?"

라고 보냈더니 선생님은 "아껴먹는 중"이라고 보내셨다.

이런 이럴 줄 알았다면 많이 사드릴걸. 늘 하반기 꼭 이 무렵에는 엄청 바쁘셔서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른다고 하시는 분인데 내가 뭘 안다고 한 거지,라는 생각에 푸념을 했다.

결국 난 다음에 뵐 때는 양갱류를 찾아서 많이 드리기로 했다.


평소 선생님은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거의 강제로 내가 드린다. 그러면 또 좋아는 하시는데 너무 불편해하시니 완급 조절을 하는 편인데 그렇게 아껴 드실 정도면 평소에 내가 더 신경을 쓸 것을,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몇 년을 뵈었는데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에 평소에 군것질 안 하신다고 하시더니 거짓말이었네 혹여나 내가 두 손 가득 들고 올 것 같아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셨나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 한구석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12월에 뵈면 더 많은 양갱을 사 드리고 더 많은 편지를 써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고맙다고 하시고 부족한 나에게 인생은 멀리 봐야 한다고 조언도 조심스럽게 하신다. 그래서 난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 아니라고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시는 편이라 나 또한 조심스러운 건 당연하다.


우리 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엄마는 고등어 못 먹어" 라고 했다. 내가 어릴 때 고등어 킬러였다. 연탄에 구우면 그 고등어 껍질을 너무 좋아해서 껍질을 먹고 속도 먹고 눈치 없이 밥 한 공기를 비웠는데 어느 날 궁금해서 "엄마는 왜 고등어 안 먹어?"라고 물었는데 엄마는 "응 , 엄마는 고등어가 안 맞아"라고 웃으시며 내게 한 점 한 점 올려주셨다. 하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가서 알았다. 엄마는 고등어를 좋아하신다는 걸, 주말에 집에 갔더니 고등어를 3마리 구웠는데 엄마는 고등어 한 마리를 다 드셨다. 그때 나도 모르게 "엄마 식성이 바뀌었어?"라고 물었고 엄마는 "원래 엄마 고등어 킬러야, 우리 딸이 나 닮은 거지"라고 웃으셨다. 참 철이 없었다.

어른들은 이렇게 착한 거짓말을 하시며 마음을 뜨겁게 하신다. 그렇게 눈물이 그렁그렁하는데 이번 선생님께서 하신 거짓말도 어쩌면 내가 매번 챙기면 마음에 무게가 생길까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어서 많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일기에 적었다. 두고두고 생각하기.


선생님 다음에 뵐 때는 맛있는 양갱 많이 사드릴게요.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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