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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Dec 05. 2023

딸기, 그때도 맞았고 지금도 맞았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생각하는 딸기는 봄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봄이다. 봄에 꽃이 피면 엄마는 5일장에 가셔서 딸기를 사 오시고 그렇게 5일장이 파 할 즈음에 농익은 딸기를 사 오셔서 잼을 만드셨다. 나는 그게 좋아서 올해는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엄마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서 대략 가늠을 했는데 엄마는 아무리 농익었다고 해도 잼을 할 거라 그렇게 헐값에 파는 딸기는 구매하시지 않으셨다. 


그렇게 하루 이틀 잼을 만드시면 식빵을 사서 나와 여동생은 무척 많이 먹었는데 아빠는 그런 우리 둘에게 "그렇게 먹으면 금방 없겠다. 간식으로 먹어야지. 거의 주식이네" 하시며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당신도 많이 드셨다. 그럼 엄마는 "당신도 그렇거든" 하시며 내 기억에는 두어 번 하신 걸로 기억한다.

돈도 없고 여유도 없는 집은 엄마가 바쁘다. 뭐든 만들어야 하니 일손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에도 딸기를 먹는다. 작년에는 2만 원에 딸기를 구입했다. 물론 쉽게 구입한 건 아니다.

겨울에 집안에 결혼하는 사람이 있다고 엄마가 올라오셨는데 내 집에 들른다고 하셔서 드릴 것이 없나 하고 마트를 가니 이런 나란히 나란히 딸기가 방긋하게 웃고 있었다. 참으로 참하다. 그런데 가격은 사악하다.

어쩌지.. 하고 고민을 하는데 마트 아저씨가가 "자 이제부터 이 딸기 2만 원에서 1만 원으로 내려갑니다. 선착순 50분입니다" 헉 , 순간 생각을 하니 절반 가격이다. 그리고 딸기팩을 봐도 딱 그 숫자다. 거짓말은 아닌 듯하여 줄을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보다 발 빠른 아주머니들, 결국 줄을 섰다.


하나하나 줄어들 때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때 아저씨는 "자 거의 다 나갑니다"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거의 반 포기 상태, 그러나 나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 차례 난 운 좋게 마지막 하나를 샀다. "아가씨 운 좋아요"라는 말을 듣고 "감사합니다"라고 계산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겨울딸기 비싸"

난 "절반 가격"

엄마는 "시설이 좋고 과학이 발전해도 좋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참 알 수 없다"

나는 "지금 드실까?"

엄마는 고민을 하시더니 "그러자"

그렇게 딸기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자니 엄마 당신은 겨울딸기를 아직도 드시지 않는단다.

그것은 가난이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 있다고 말을 했고 엄마는 맛은 좋다고 웃으셨다.


엄마의 웃음에 결국 1만 원은 행복으로 날아갔고 어제 마트에 가니 다시 딸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이번엔 3만 원이다. 나날이 고공행진이다. 이러다 딸기가 부의 기준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잠시 웃었다.

사람들은 많이 샀다. 나도 살까? 하는 생각에 잠시 흔들렸지만 사지 않았다. 너무 비쌌다.

먹는 것에 그리 욕심이 없기에 언젠가는 가격이 떨어지겠지 할 때 사기로 했다.


그렇게 장을 보고 한 바퀴 돌아 돈을 계산하려고 서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자리를 벗어나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난 "마트"

엄마는 "통장 확인 해봐"

난 "왜?"

엄마는 "겨울딸기 먹어야지"

난 "무슨.."

엄마는 "딸기값 보냈으니까 이번에는 네가 사 먹어"

나는 "엄마.."

엄마는 "작년에 네가 사줬으니 이번에는 엄마가 사줄게"

나는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뭘 이런 걸.."

엄마는 "다 내리사랑이야"

이렇게 대충 이야기를 하고 다시 딸기 진열대로 갔다.

여전히 3만 원대.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말씀을 듣고 샀다.


집에 도착해서 난 딸기를 찍어서 엄마에게 보냈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엄마는 먹고 싶은 건 먹고살아야 한 다시며 딸기 맛있게 먹고 힘내라고 웃으시며 하루를 마무리하셨다.


딸기 생각해 보니 작년에는 내가 엄마를 웃게 해 드렸고 올해는 엄마가 나를 미소 짓게 하셨다.

그때도 맞았고 지금도 맞았다. 참 별것 아닌데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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