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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19. 2024

우리집엔 양말귀신이 산다.

아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정말 우리 집에 귀신이 있는 거 아닌가라는 심각한 생각을 했다. 겨울맞이 양말 플렉스를 하고서 양말을 정중하게 보관을 하고 있는데 어느 사이에 자꾸 양말이 한 짝씩 없어지고 있다. 방이 넓으냐? 그것도 아니다. 넓어야 오피스텔인데 거기서 거기인 이 평수에서 양말은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건지,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물었더니 깔깔 웃으시며 "그건 네 성격상 어디에 뒀는데 잊어서 그런 거야. 바쁘잖니"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난 정말 무슨 물건이든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스스로 불편하게 하는 성격인데 그 양말은 도대체 어디를 간 걸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묘연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본 영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누군가 자신에 집에 몰래 산다는 영화였다. 생각만 해도 오감이 저릿한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고서 나도 모르게 내가 물건을 둔 위치부터 모든 걸 확인하는 습관이 들어서 괜히 그 영화를 봤다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도 그 영화를 이야기했더니 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야기를 하며 웃었는데 살짝 양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웃을 수 없는 이 분위기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는 분명 엄마가 세탁을 하면 "자 우리는 양말을 똑같이 접어서 넣자" 하셔서 정말 가지런하게 정리 정돈을 했다. 그럼 우리 집에서는 착착 알맞게 정리가 되었는데 왜 나는 이게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양말귀신이 붙어서 야금야금 양말을 사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개인 혼자 운영하시는 양말가게 아주머니께 얼마인가 물어보고 고민에 고민을 하고 양말을 몇 켤레 산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첫 번째 서랍에 넣어놓고서 안심을 하고 그다음 날 출근을 하는데 아침에는 또 그 양말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을 하는 이중적인 버릇이 생겨서 안 그래도 나갈 때 불부터 시작해서 확인하는 루트가 많은데 더 많아진 이 숙제를 푸느냐고 요즘 아침은 전쟁이다.


지금까지 총 10켤레의 양말을 더 사고 이제는 더 이상 사기 싫어서 따박따박 눈에 보이는 곳에 숫자를 적어서 날짜까지 언제 어디서 샀는지를 적어놨다. 그리고 속으로 '진짜 이거 없어지면 귀신이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세탁을 한다.

난 덜렁거리거나 무언가를 놓고 사는 성격이 못되는데 요즘 왜 이런 실수가 나오는 건지, 할머니 말씀에는 나이 들면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자꾸 나온다고 하셨는데 나이 탓인가 하기도 하고 어쩐지 찜찜한 하루를 요즘 보내고 있다. 그래 나이 탓이라면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양말 귀신 이제는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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