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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6. 2024

자기는 돈욕심 없지, 칭찬인가요?

며칠 전에 점심을 먹으며 들은 이야기다. 늘 그렇듯 바쁘게 아침은 흘러가고 이러다 죽겠네 할 때 점심을 먹는데 내 옆자리 동료는 주식이 떡락을 했다고 남편의 꽝손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소연을 했다. 나는 그냥 들으면서 있었고 앞자리 동료는 "말도 마, 나는 코인에 올인했던 터라 완전 거지야"라고 미간에 주름을 지켰다. 


그리고 새해맞이 알뜰 통장부터 비과세까지 그리고 통장 나누기까지 어떻게 하면 월급에서 더 많은 돈을 지킬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꾸준히 나는 국을 호로록 먹으며 있는데 옆자리 동료는 갑자기 나에게 "자기는 돈욕심이 없지?"라고 말을 했다. 뜻밖에 말을 들은 터라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니 그게 아니라.." 하는데 내가 더 말하기도 전에 "아니 코인을 해 주식을 해 뭐 통장만 하잖아"라고 하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 잘 몰라서요"라고 했다. 


그러자 내 뒷자리 동료는 "그러니까 돈욕심이 없는 거지. 보통은 주식도 하고 코인도 하고 부동산도 하고 하는데 자기는 아니잖아. 그냥 꿀꿀이 통장만 하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모르는 분야에 괜히 했다가 날리면.." 하고 말을 줄이자 다들 웃으며 "우리는 뭐 알고 하나? 그냥 하는 거지" 하고서는 삼성 주식을 하면서 하루를 웃고 울며 한다는 동료는 남편과 새해맞이 일억 모으기 프로젝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가정이 있으신 분들은 아이들 학원비가 너무 올랐다고 이야기를 했고 양가 부모님 댁에 용돈을 보내드리는 집은 용돈도 올라간다고 모든 것이 인플레이션이라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정말 이러다 노후 대비는커녕 그냥 훅 가겠다고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콩나물국을 마시듯이 하시는 뒷자리 동료는 "아 좋다. 어제 우리는 한 잔 했어. 남편이랑. 아니 남편이 나 몰래 또 주식을 해서. 주식도 이게 병이야" 말씀을 하시면서 쾌활하게 웃으셨다.

가만히 듣고 있는데 그 동료는 내게 "자기는 아예 주식을 하지 마. 한 번 하면 이게 계속하게 되는 그 지점이 있어. 좋아 아주 좋아" 하시면서 나의 등을 두드리면서 "그냥 저금 적금 이런 거 좋아 " 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리시면서 웃으셨다.


나도 돈욕심 많다. 그래서 아끼고 사는 거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투자에 대해서는 꽝이라서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서 이래저래 투자를 못하는 거다. 그게 전부인데 내게 돈욕심이 없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심을 다 먹고 이제 자리로 와서 멍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 동료는 "자기는 이제 투자를 생각해 봐. 슬슬 노후 준비 해야지" 나는 영혼 없는 "네"를 하고 죄송해서 "저 그런데 그걸 몰라요"라고 했더니 "나는 알아서 하는 거 아니야" 라며 웃으셨다.

그래서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는 돈욕심 없는 사람으로 비쳤다. 


결국 요즘 같은 시대 이런 질문은 칭찬은 아닌 것 같다. 능력 없는 사람으로 비친 것 같아서 괜히 씁쓸했다.

그래서 제목으로 뽑았다. 돈욕심이 없지가 칭찬은 아니죠?라고 말이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 괜히 군고구마로 하나로 저녁을 챙기며 하늘을 보는데 괜히 한숨이 나왔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런 모습으로 보이는지 참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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