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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an 26. 2024

엄마의 사랑이 넘칩니다.

얼마 전 엄마가 집에 놀러를 오셨다. 말이 여유차 오신 것이지 집안에 결혼식이다. 산골에서 사시다가 서울에 오면 멀미가 난다는 엄마는 늘 그렇듯 서울살이는 못하시겠다고 혀를 차셨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지하철 노선도에 대해서 나름 서울티가 난다고 어렸을 때 읽었던 시골쥐와 서울쥐에 대한 동화를 언급하셨다.


그리고 내가 처음 서울에 대학을 입학하고 엄마가 서울에 오셨을 때를 추억하시며 "너 그때 눈이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 나는 "그래?" 엄마는 "응, 엄마 온다고 하니까 좋은 건 맞는데 혹시나 엄마하고 다니는 그 길이 틀릴까 봐 지하철 노선도를 얼마나 보던지. 그래도 엄마는 딸 덕분에 유람선도 타고 정말 좋았다" 


그렇다. 엄마가 서울에 오신다고 해서 평소 외숙모는 사촌오빠 자랑을 그렇게 하셨다. 서울에 가면 오빠가 이래저래 맛있는 것도 사주고 구경도 많이 시켜 준다고 내심 자랑을 하셨는데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좋으셨겠네" 하셨다. 


그게 못내 나는 마음에 남아 만약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면 나도 오빠처럼 엄마와 좋은 곳을 많이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산골에서 자란 엄마는 강이나 바다를 좋아하신다. 그래서 한강을 구경시켜드리려고 한강 유람선을 타고 싶었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어디서 타야 하고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알아보던 중 한 번 경험이 있는 있었던 친구는 "야 별것 없더라" 하면서 웃었는데 그래도 내게는 처음이니 엄마와 타려고 만발에 준비를 하고 갔었다.


유람선은 유람선, 엄마와 그곳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며 짧은 거리의 유람선을 타고 내렸고 엄마는 "좋네"라고 하시며 잠시 감상을 하셨고 내려서 명동성당에 가서 엄마는 그곳에서도 이리저리 구경을 하시며 "여기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성당이구나" 하시며 정말 좋아하셨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투어는 나에게는 일상이 되어 엄마가 오시면 모시고 어디든 한 곳은 가는데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가지 못했다.


지난 주말 엄마는 한껏 퍼져있었다. 엄마는 내게 "일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라고 물으셨고 "요즘 바쁜 건 맞아. 그런데 일이 없는 것보다는.." 하고 계속 잤다. 얼마나 잤을까 엄마는 기다리고 계셨다. 그것도 모르고 "엄마" 하고 불렀더니 "딸 여기"라고 하는데 이런 엄마는 폭탄 계란찜을 하셨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계란찜은 역사가 있다. 어렸을 때 엄마가 계란 음식을 여러 가지 해주셨는데 찜을 해주신 날은 무슨 이유가 있었다. 예를 들면 아빠 월급이 올랐거나 아니면 날이 갑자기 추워졌거나 아무튼 명분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었는데 그날 엄마는 계란을 다 쓰셔서 그것도 뚝배기에 해주셨다.


나는 "엄마 최고"라고 웃으며 먹는데 뜨겁지만 포슬포슬한 계란찜에 호로록 먹으며 속을 따끈하게 했다.

그런 나를 보시는 엄마는 "좋지?" 나는 두말하면 잔소리라며 "엄마 이건 특허야"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높이만큼이다.ㅋㅋ" 하고 웃으셨는데 그러고 보니 꽤 높았다.

난 엄마에게 "감사해"라고 말을 했고 엄마는 "너무 피곤하게 자서 깨우질 못하겠다" 하시며 내가 계란찜을 먹는 동안 엄마는 딸기를 씻어서 내게 후식을 준비해 주셨다.


엄마는 "계란이 좋아, 많이 먹어" 나는 "엄마 어딜 가도 이건 엄마 음식 최고야" 엄마는 "외할머니가 참 잘하셨지"라고 잠시 회상을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먹고 나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는 시골로 내려가셨다.


헛헛했던 마음도 채우고 엄마가 주신 사랑을 받아서인지 그 충전으로 일을 시작했다.

계란찜 높이만큼 엄마 사랑만 한 충전을 없다고 자주 오셨으면 하지만 엄마도 쉬어야지 라는 생각에 자주 오셔라는 문자는 보내지 않았다. 다만 그 계란찜 사진을 두고두고 보며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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