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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23. 2024

체중계를 버리고 살이 빠졌다.

난 50킬로 유지어터이다. 원래는 48킬로인데 여기서 왔다 갔다 한다. 내 몸무게는 정말 고무줄이다. 소식좌로 살면서 애환도 많다. 먹고 싶은 것도 있지만 많이 먹지도 못하고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스트레스라 애초부터 나는 배달어플도 없이 살고 있다. 남들은 배달어플만 30분을 보면서 선택장애를 가진다는데 그건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잘 먹어야 하루 한 끼 먹는 건데 예전 그 아픔이 떠올라 그 한 끼도 남들에게는 그냥 간식정도이다.


어쨌든 올해 난 사실 체중계를 버렸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중에 목을 매는 내 모습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버려야지, 를 스스로 몇 번이나 말을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렇게 잘 버리는 사람이 체중계는 끝까지 놓지 못하다가 결국 1월 마지막에 쓰레기 정리를 하면서 큰 맘을 먹고서 버렸다.


그리고 한 가지 걱정을 했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루틴을 몸무게를 측정을 하면서 살았는데 이건 뭐 나의 또 다른 이름인데 내가 분리불안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참을 걱정하다가 실제로 퇴근을 하면서 다시 체중계를 사고 싶다는 유혹을 몇 번이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체중계 앞에서 한참을 서서 기다리다가 결국은 사지 않은 나를 보면서 이번만큼은 나 스스로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그깟 숫자가 뭐라고, 결국 이렇게 헤어진 체중계를 버리고 나서 나는 스스로 식단을 결정하고 더 자유롭게 먹기 시작했고 아이러니하게 건강한 식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무조건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간단한 과일 샐러드를 먹고 사실 체중계가 있을 때는 샐러드를 먹지 않았다. 더 빼고 싶었기에 무기한 단식을 할 때도 있었기에 과일도 야채도 그다지 챙겨 먹지 않았다. 그러나 버리고 나서 더 챙겨 먹었고 아몬드나 견과류를 챙겨 먹으며 나에게 더 신경을 썼다. 일기를 매일 쓰는 나로서는 식단을 직접 쓰면서 나를 더 생각하는 하루하루룰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를 알게 된 건 목욕탕을 갔다.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늘 뵙는 세신사 아주머니께서 "어째 살이 더 빠진 것 같아요" 난 "저 체중계 버렸어요"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머니는 "우리 딸도 매일 거기에 올라가서 난 스트레스, 잘 버리셨어요" 그렇게 훈훈한 이야기를 하며 나오는데 그 체중계는 자꾸 내 눈에 들어왔다. 올라 설까 말까를 백번을 생각하는데 용기를 내서 올라갔다. 


'아 이런 빠졌다' 신기했다. 처음부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된 그 순간이 기적인 것 같아서 신기했다. 난 정말 좋아서 '그래 난 이제 자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왜 20년을 체중계에 목을 매달고 살았는지, 괜히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나오는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웃음이 나왔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더니, 어쩌면 난 체중계 숫자에 갇혀 산 20년 세월이 너무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힘들어도 체중에는 철저했었다. 이제는 좀 풀어지고 자유롭게 살기로 한 이상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난 남들에 비해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해 근육이 적다. 그래서 많이 걸어야 한다. 겨울을 관통하는 지금 많이 걸으며 생각을 비워내고 내 마음도 비워내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헤어졌지만 언제고 다시 나도 모르게 또 체중계를 살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과거와는 다르게 만날지 모르겠다. 그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올라서겠지, 고마웠다. 체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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