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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24. 2024

배달어플 없는 사람 손! 저요!

배달어플 없이도 잘 삽니다.

난 배달옙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음식욕구가 없다. 그래서 굳이 뭔가 배달까지?.. 그리고 두 번째는 뭔가 내 폰에 깔아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휴대폰은 나에게 많은 숙제를 준다. 기능이 좋다고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나같이 아날로그인 사람은 그냥 전화하고 톡 하고 문자 하는 게 전부이다. 아, 가끔 유튜브 한다. 이 세 가지가 전부여서 폰 기능을 다 써본 경험이 없어서 기능이 뭐가 있고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복잡한 게 딱 질색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냥 투지폰을 써볼까도 생각을 했는데 주변의 반응은 이렇다. "당신은 편하지만 우리가 불편하겠지?" 하면서 웃었다. 그래서 "응 알겠어요" 세 번째는 한 번 배달은 어렵지 그다음은 쉬울 것 같아서 안 했다. 


신용카드가 그랬다. 처음 신용카드를 신청하고 처음 사용했을 때 신기방기했다. 그래서 그냥 썼다. 그리고 통지서를 받았을 때 머리가 지끈 그렇게 일 년을 살았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자르자, 큰 가위를 사서 큰 결심을 하고 카드를 자르고 나서 마음이 얼마나 편했냐면 무슨 돌덩이를 옮긴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는 절대로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고 그냥 지금은 직불카드만 들고 다니고 있고 사람들은 이런저런 혜택이 있는데 왜 안 하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그 통지서를 보고서 멘탈이 흔들리기 싫다고 이야기하면 "알지 알지" 하는데 그대들은 왜 안 자르고 버티는지 모르겠다. 뭐 사람마다 다르니까.


주말이면 배달원들이 많이 오기는 오는 것 같다. 복도가 바쁘다. 가끔 편의점을 가면 배달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바쁘다. 저 많은 배달원들은 얼마나 옮겨 다니실까? 저 빠른 시대에 나는 얼마나 아날로그적인가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집에 놀러를 갔다. 그 친구는 배달로만 산다. 그게 신기해서 물었더니 처음은 불편했는데 이제는 삶에 하나라면서 뭐 몇 번 눌리더니 나에게 "그냥 이걸로 하자" 하면서 뭔가 혼자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 30여분이 흐르고 나니 "딩동" 하고 울리더니 쌀국수에 음식이 한가득 왔다. 난 그게 신기해서 "이러니 배달이구나" 하고 이야기를 하니 친구는 "넌 아직도니?" 하면서 한심한 표정을 했는데 나는 "야 나는 내가 직접"이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는 "불편해" 라며 쌀국수를 호로록하면서 나에게 알려준다며 한 참 강의를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정말 배달의 흔적이 많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버리는 것도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청소를 했다. 친구는 나중에 하면 되는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세상에 모든 음식을 먹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으면 소화는 되는 건지 그것도 궁금했지만 어쨌든 친구는 일주일에 세 번은 배달이고 주말은 무조건 배달이라서 탕후를 많이 먹는 주말에는 정말 환상이라며 깔깔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내 귀에는 다른 세상이야기라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먹고 난 후 친구는 배달이 없었으면 혼자 사는 게 힘들다며 이 배달은 영원하다며 깔깔 웃었는데 난 그게 신기해서 자제하라고 이야기했더니 나에게 친구는 "너 그러는 것도 신기해"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둘 다 깔깔 웃으며 우리가 이렇게 다른데 친구라는 게 신기하다고 헤어졌는데 이렇게 빠른 사회에 내가 적응하려니 요즘 이래저래 몸이 아프다. 가끔 나도 깔아볼까? 하지만 역시 나는 나, 그냥 느리게 살아보련다. 나 같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즈음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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