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갑상선 저하증인지도 몰랐다. 심각한 피로에 안 먹어도 살은 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생활이 피폐했다. 그리고 목이 부었다. 그래서 그냥 피로해서 내 몸에 보내는 신호인가 싶어서 쉬었다. 그런데 쉬어도 쉬어도 힘들었다. 회사를 다녀오면 그냥 쓰러졌다.
먹는 것보다 쉬는 게 좋았고 자는 것 도 좋았지만 그냥 케이오 자세로 방바닥과 한 몸이 되어서 눈을 감는데 그렇게 사는 게 답이었다. 문제는 봄이 와도 남들은 다 괜찮다는데 나는 너무 추워서 내복에 핫팩을 끼고 살았다. 그렇게 살았다는 걸 느낀 게 3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이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N 선생을 검색을 해보니 갑상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보고서 집 근처 갑상선 전문 병원에 웨이팅을 걸고서 검사를 받았다. 꽤 큰 병원이었다.
처음 가니 내 목을 보았고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피검사를 기본으로 해야겠다고 하셔서 피검사를 했다.
그리고 3일이 지나서 병원을 갔더니 수치가 어마어마하게 나와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셔서 큰 병원으로 갔다.
살면서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결국 검사라는 검사는 죄다 하고 결론 심각한 저하증에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과지를 받아들이고서는 휘청이는 다리를 잡고서 집으로 오는데 눈물이 났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약을 먹어야 나를 지탱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처음 한 달 치 약을 받았다. 그리고 몸무게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저하증은 몸무게는 붓기가 있으니 약을 먹고 운동을 하고 식이조절을 하면 빠질 거라고 하셨다.
필라테라스를 등록을 하고 2달을 약을 먹고 10킬로가 감량이 되었다. 정말 약을 먹으니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그동안 몸무게에 대한 압박은 날아갔다. 그런데 저하증 수치가 여전히 좋지 않아서 의사 선생님은 3달에 한 번씩 피검사는 필수라고 하셔서 지금도 하고 있다. 집안 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심히 먹고 있다. 언젠가는 정상인으로 살 수 있겠지라는 얄팍한 희망을 가진다.
할머니가 나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나이가 들면 약이 많아진다. 처음 젊었을 때는 이 할머니도 약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다. 밥 한 공기 먹으면 뚝딱이었는데 지금은 봐라 이 약들이다" 그렇다. 할머니는 내게 미리 내 인생을 예고하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다. 다 이렇게 산다. 옆집에 점순네도 이렇게 살더라" 나는 그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영혼 없이. 지금은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이가 들면 원래 먹는 약이 늘어나는 건지 내가 예민한 건지, 모르겠다.
가끔 갑상선 카페를 들어가는데 이런저런 사연이 많다. 저하증으로 찐 살들이 빠지지 않아서 걱정이 많으신 분들도 있고 이래저래 삶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정말 빨리 빠진 경우다. 의사 선생님도 완전 성공이라고 하셨다. 제일 좋은 건 날씨에 맞게 살 수 있어서 좋다. 남들 봄일 때 나는 겨울로 살았다. 지금은 아니다.
역시 사람은 때에 맞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친구 같은 이 병, 그래 사람은 하나는 뭔가 부족해야 낮은 자세로 살게 된다. 그 뜻으로 살려고 한다. 생각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