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쓴 기간이 30년이 다 되어 간다. 엄마는 일찍이 공부는 못 해도 되니 딱 두 가지 책 많이 읽고 일기는 하루에도 빠짐없이 쓰라고 하셨다. 어렸을 때는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었다. 나이가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등학교 때부터는 일기가 나에게는 유일한 나와의 마주함에 출구처였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일기를 썼고 원고지를 사서 원고지에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는 나름 자부심을 가지며 일기를 썼다. 말이 일기지, 낙서도 있었고 시를 쓰기도 했고 에세이기도 했지만 소설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글을 적어 내리면서 나를 투영하는 가장 솔직한 시간이 그때였다.
나라고 고3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모의고사 점수를 받아 들고 실망이 있을 때는 늘 글을 썼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스트레스를 줄였고 나와는 다른 누군가를 투영해서 쉼 없이 글을 썼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써가며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 시간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학을 가서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대학은 더 힘들었다. 기숙사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잘 몰랐고 대학을 가니 교과서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을 보고서 사춘기를 오히려 대학 때 겪었다. 사람들은 역풍이라고 했지만 그때는 오히려 나에게는 나를 마주할 시간이었다. 그랬다.
더 열심히 더 가열하게 일기를 써가며 나 자신과 싸우며 살았다.
그리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잠시 한 두 달 띄엄띄엄 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변명이라면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정신을 바로 잡고 다시 일기를 쓰고 메모 형식이라도 글을 쓰자고 생각을 했고 이때는 원고지가 아니라 그냥 일기장을 사서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글을 썼다. 그렇게 써야 한다,라는 의무감에서 벗어나니 더 일기는 내 친구가 되었다.
지금도 열심히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내가 느낀점은 이렇다.
1.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가장 가깝다.
나 같은 경우는 거울을 보는 게 어렵다. 그냥 아주 날것에 대해서 어렵다,라고 표현이 될까 싶은데 그나마 글을 써서 나와 마주하는 이 시간이 가장 솔직히다.
2. 늘 반복되는 단어가 있다.
성실이다. 나도 몰랐다. 어느 날 일기를 쭉 둘러봤는데 마지막애는 성실이라는 단어로 마무리였다.
아마 이유는 아마도 엄마 때문인 것 같다. 엄마는 늘 성실을 강조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늘 성실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신발끈을 매고 살았다.
3. 실수를 줄이고 사는 것 같다.
인간이다. 그러니 실수가 있고 그러니 나에 대해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반복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나를 질책하고 노력하는 것 같다.
4.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일기를 쓰는 시간만은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사실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늘 나는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침묵을 지키지만 하지만 일기를 쓰는 시간만큼만은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일기를 쓰면서 수많은 나를 만난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나를 만나겠지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서툴고 못난 내 모습도 받아들이고 실수를 줄이며 살려고 노력을 하려고 한다.
엄마는 일찍 말씀하셨다. 일기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감사합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