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만 되면 망고빙수로 사람들에게 늘 입에 오르내린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그 비싸다는 망고빙수를 먹고 왔다고 사진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나는 아니다. 나에게는 아직은 그 빙수보다 그냥 프랜차이즈애서 먹는 빙수가 맛있다. 세상은 넓고 빙수 파는 곳은 많고 그냥 보이는 곳에서 빙수를 먹는다.
지난주 고향을 다녀왔다. 서울보다 훨씬 시원한 고향은 흙과 바람이 있는 곳이다. 시간이 그나마 더딘 그곳에서 나름 시간을 즐겼다. 엄마는 시골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내어 놓으셨고 서울에서 고생했다고 무조건 많이 먹으라고 배 터지게 많은 음식을 내어 놓으셨다.
나는 엄마에게 너무 많은 손이 가면 앞으로는 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엄마는 이렇게 사는 것도 부모로서 재미라며 미소를 보이셨다. 엄마 따라 고향집 근처 산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너무 더워서 나는 집에서 거의 바닥에 붙어서 지냈다. 에어컨 바람 밑에서 움직이지 않았는데 엄마는 또 바쁘셨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살포시 사르르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가 부르셨다.
"몽접아"
그래도 못 일어났다.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몽접아"
그렇게 일어났더니 세상에 엄마가 팥빙수를 만들어 놓으셨다.
그런데 너무 오리지널이다.
단팥에 아, 단것을 뺀다고 설탕이나 단것을 뺐다고 하셨다. 그런데 얼음은 어떻게 하셨지, 하고 보니까 얼음을 갈아주는 기계를 사셨다.
여쭤보니 어차피 손자 손녀들 오면 해줄 거라 가성비라고 사셨단다.
나는 빵 하고 터지는 웃음을 하고서는 오랜만에 맛보는 엄마 팥빙수에 "엄마 진짜 맛있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시면서 내 입만 보셨다.
"자식 입에 들어가니 이렇다. 덥고 더워도 진짜 좋다"
그렇게 한참 먹고 나니 시원했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예전 어렸을 때가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는 얼음을 갈아주는 기계가 없어서 엄마는 그냥 얼음을 넣으셨다. 그리고 팥은 직접 사셔서 집에서 끓이셨고 과일은 지천이 과일이라는 엄마의 명언처럼 지인들과 산에 가셔서 간단하게 과일을 따셔서 집으로 가져오셔서 조각을 내셨고 그때는 백설탕을 사용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가 주시는 맛있는 간식으로 기억하는 내 기억의 엄마표, 엄마팥빙수는 정말 황홀했다.
팥빙수가 빨리 먹고 싶어서 저녁을 조금 먹고 기다렸다가 팥빙수 먹고 더위 식히고 잠을 청했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그렇게 엄마의 노고를 날름날름 받아먹고 자란 내가 크고 보니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엄마는 또 그렇게 자식을 위해서 이 더운 여름 팥을 직접 고르고 골라서 쪄내서 이렇게 집에서 만든 팥빙수를 만들어 주셨다.
사람들은 돈 주고 팥빙수 사 먹지 요즘 누가 팥빙수 만들어 먹어,라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의 끝없는 사랑에 생각한다.
높디높은 그 망고빙수 보다 우리 엄마 팥빙수가 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