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직장에서 말을 잘하지 않는다. 그냥 할 말도 없고 내 할 일도 많고 내가 하는 일이 잘 되는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크게 말을 한다거나 다른 사람을 말하지도 않고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누가 누구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 자리에 가지를 않는다. 이건 엄마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엄마는 동네 미용실을 매우 불편해하시는 분이다. 예전에 살았던 동네 미용실은 참 특이한 건 밥도 같이 먹고 짜장면도 배달해서 먹고 참 가족 같은 곳이라서 그곳에서는 동네에 있는 모든 소식을 다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엄마 그 아주머니는 그 소식을 어디서 들으신 거야"라고 물으면 엄마는" 모르지, 다 돌고 도는데 나는 그런 게 싫어서 머리만 말고 들어오잖니"라고 정말 엄마는 머리를 말고 집에 오신다. 그럼 그 냄새가 퍼져서 "엄마 머리 아파"라고 하면 "나는 거기 있으면 귀가 아플 것 같아서 왔다" 하시면서 머리에 뭔가 둥둥 묶여있는 채로 집안일을 하셨다. 신기한 우리 엄마. 그렇게 엄마는 험담을 싫어하셨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
얼마 전에 모친상을 당한 연구원이 있었다. 단순한 모친상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떨어진 시간이 많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또 떨어지면서 같이 한 세월이 없었고 아이를 낳으면서 어머니가 돌봐주셨고 그렇게 어머니와의 살가운 기억이 없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한없이 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장례식장에서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는 나는 숟가락이 무거웠다. 그리고 옆에 있던 동료가 "우리가 좀 도와야 하지 않겠어? 저기, 당장 다음 주에 출장인데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일이 손에 잡히겠어? 우리가 어디 한 두 번 안 사이도 아니고, 내가 먼저 손 들게" 그렇게 우리 팀에 있는 연구원 한 분이 먼저 선봉을 섰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럼 저도 할게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번역에 타자는 엄청 빠르니까 백업을 할게요" 내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어 정말? 그럼 엄청 좋지"라고 옆 연구원이 이야기를 했다. 어쩔 수 없는 앞담화를 하면서 벌써 2명에 지원자가 나왔고 그리고 마지막 방점을 찍은 연구원은 "그럼 제가 마지막 백업을 할게요. 일단 아이들은 지금 친정에 가서 일이 크지 않으니까. 우리가 이야기를 지금 전하지는 말고 , 주말에 전하죠" 그렇게 우리는 독수리 3형제가 되어서 모친상을 겪어내는 연구원을 대신해서 3명을 대신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달했고 다행히도 팀장은 알겠다고 사인을 냈다.
시간은 흐르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복귀했을 때 고마웠다고 커피를 돌렸다. 우리는 "이거 우리가 한 것보다 비싼데?" 하면서 웃었다. 그리고 나는 "아니 전 더 타자가 늘었어요" 하면서 괜히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괜히 흥을 붙였다. 감사하다며 여러 번 인사를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괜히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 울컥했다.
직장에서의 앞담화든 험담이든 말을 하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앞담화를 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에 괜히 우리는 우쭐해하면서 "우리 그러자. 힘들면 미리 이야기하는 거지, 나 힘들어요!!" 하는 거지, 한 연구원이 이야기해서 빵 하고 웃었다.
퇴근길 엄마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전화를 했다. 엄마는 사연을 들으시고 잘됐다 하시면서 사람은 서로 돕고 사는거라시며 매우 흡족해하셨다. 역시 사람은 나름 선한 일을 하면 기분은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
그래 나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일이 있겠지. 모친상을 경험하는 동료가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