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까지 커피를 끊었다. 거의 끊었다. 커피를 마시니 내 몸이 좋지 않았고 내 몸이 여러 가지 약을 먹어야 해서 약에는 커피는 금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 끊어야지'라고 해서 단번에는 못 끊었고 그냥 이래저래 끊어졌다. 일단 스타벅스를 일주일에 세 번은 갔는데 카드를 잘랐다. 무엇이든 카드는 자르고 봐야 한다. 내가 산 카드도 아니다. 선물로 준 사람에게는 미안한데 그 카드도 거의 5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예전에 신용카드를 잘랐을 때를 생각하고 집에서 가장 큰 가위를 들고서 잘랐다.
그리고 난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가끔 웃긴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엄마는 무슨 믹스커피를 그렇게 드시는지, 원래 엄마는 원두커피를 드셨다.
썰을 풀자면 이렇다. 아빠가 회사에서 야금야금 믹스커피를 가져오셨다. 그럼 엄마는 부엌에서 제일 위칸에 두고서 중요한 손님이나 친척이 오면 오목한 크기에 컵에다 커피를 내놓으셨는데 내가 보기에는 선물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 커피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어느 날을 엄마가 5일장을 가신날로 잡아서 동생과 먹었는데 물을 먹지 않고 봉지째 먹었다가 코로 가루가 나오는 신통방통한 경험을 하고서는 절대로 그 경험을 하지 않았다.
그때를 기억하며 우리는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런 경험 없이는 절대로 커피 못 끊는다" 하시며 잘했다고 하시니 우리 엄마는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멀리 보신 거다. 그런데 문제는 엄마는 몰래 몰래 드셔서 그런지 믹스커피를 싫어하셨다. 그리고 동네에 원두커피를 내리는 커피숍이 생겼는데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서 드셨다. 그 향이 좋아서 엄마는 급기야 기계를 사셨다. 그래서 나는 그 쓴 맛을 무슨 재미로 드시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엄마는 드롭커피도 드시고 기계로도 드시고 아빠 말씀으로는 엄마는 밥 없이 커피만으로도 사시는 분이라고 하셨는데 집에 하나 둘 원두가 들어오더니 정말 원두가 지배가 되었다.
엄마는 산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정말 까다로우셨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가 언제야 하시는 분이라 믹스커피를 하루에 3잔 이상을 드시는 것 같다.
아, 회사에 믹스커피는 정말 중요하다. 어제 점심을 먹고서 다들 각자 자기 일을 하는데 옆에 있는 동료가 "자기 커피 안 먹지?라고 물었다.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 고민을 하다가 "끊었긴 하는데 마시면 먹죠"라고 웃었다. 그렇게 지나가나 했더니 갑자기 그 동료가 "자 여기 뜨거운 그 유명한 믹스 커피" 라며 나에게 건넸다.
나는 "이 믹스커피를 만든 사람 상을 줘야 해요. 아니 이 비율이 정말 좋아요" 옆에 동료는 "그거 알아. 내가 남편이랑 말다툼을 하다가 정말 안된다 싶으면 그냥 믹스커피를 마시잖아. 그럼 좀 진정이 된다 웃기지?"
나는 웃으며 "정말요?" 그렇게 말을 이어가는데 어디선가 들어온 다른 직원이 "암요 암요. 이거 없었음 난 이 직업 20년 못했어." 하면서 또 그렇게 드셨다. 나는 "이게 그럼 회사에 꼭 있는 이유가 있는데요?" 라며 웃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나는 나도 모르게 "이게 악마는 디테일이라고 이게 악마인데 디테일, 믹스 커피 최고!!" 그렇게 의자를 돌리며 일을 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이 좋은 음료를 어떻게 안 마시고 살았지?
하지만 그래도 살았다.
사람은 참 순간순간 변한다.
달다. 너무 달다.
그래서 일이 재미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회사 비품에 믹스커피는 필수인가?라는 생각에 자꾸 눈에 보인다.
그리고 혹시 없어지면 말해야지 라는 생각에 이 귀여운 악마에게 눈길을 보낸다.
고마워 믹스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