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때는 역시 엄마밥이 최고지.
입맛도 없고 요즘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살이 쪘을 텐데 그냥 살이 빠져서 좋아해야 할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좋았다. 흔히 말하는 "앗싸"를 외쳤다. 그런데 자꾸 빠지니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식이지만 하루 4끼를 먹는데 너는 먹어라 나는 빠지련다,라는 내 몸 시스템은 마이너스로 가고 있다. 스트레스도 있었고 마음도 꿀꿀하고 여러 가지 이유는 있었는데 중요한 건 음식에 대한 욕망과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아서 잘 먹지 않음이 결정 타였을 것 같다. 사실 그전에는 의식적으로 덜 먹었다면 지금은 의식적으로 찾아 먹으려고 노력을 한다. 너무 안 먹다 보니 이래저래 문제가 생겨서 더운 여름을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엄마가 오셨다. 엄마는 내 몸을 보시더니 잔소리를 하셨다. 그놈의 다이어트를 또 하느냐는 굳센 잔소리를 하셨는데 나는 아니다고 변명 아닌 진짜 소신을 말했지만 믿지 않으셨다. 오후에 늦게 오셔서 이 더운 날씨에 뭘 하시겠다는 건지 저녁이 다 되어서 갑자기 나가셨다.
가끔 엄마는 말없이 그냥 고향을 가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말싸움이 될 것 같으면 그냥 가신다. 그리고 버스를 타시면 카톡을 보내서 에둘러 딸과의 교감을 하신다. 그래서 내심 가셨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건 오판이었다.
내가 일이 바빠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사이에 엄마는 이미 큰 할인마트를 다녀오셨다. 봉지를 여시 더니 "아이고 물가가 장난이 아니네" 하시며 죄다 고기류에 햄이었다. 속으로 '저걸로..' 하면서 의문점을 가졌지만 어차피 공은 엄마에게로 갔다. 그리고 난 열심히 일을 했다.
어느 순간 퍼지는 기름 냄새. 엄마는 그렇게 김치전을 하시고 계셨다. 아 나는 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시절 음식 솜씨가 좋아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엄마에게 명절이 다가오면 돈을 주시니 엄마는 동네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사셨다. 처음에는 좋아서 나도 옆에서 야금야금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초등학교 때였다. 기름냄새로 지겨워서 엄마에게 "엄마 올해는 그냥 안 하면 안 될까?"라고 물었다가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름냄새로 덮고 거실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엄마는 구슬땀으로 정말 땀이 흠뻑이셨다.
엄마는 김치전에 고기를 넣고 햄을 넣어서 보양식을 만드셨다.
"몽접아 와서 먹어라" 나는 "엄마 나는 전이 질리는데"라고 말했다.
엄마는 "먹어봐 , 그래도 일반전이 아니야. 이게 다 정성이라는 거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먹는데 꽤 맛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만 살빼 제발" 나는 웃으며 "엄마 살면서 체질이라는 게 좀 바뀌나 봐. 나는 요즘 고기가 싫어. 그러니까 고기 냄새가 민감해. 그래서 잘 안 먹게 돼. 그냥 생선이 좋아"
엄마는 "그게 그렇지. 엄마도 고등어 못 먹어. 진짜로. 이제는 냄새가 너무 민감해서 그래"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2장을 꿀꺽했다.
제로 콜라에 김치전으로 혈연단결을 했다. 엄마는 왜 고향으로 안 내려오냐고 말씀하셨고 난 바쁘다고 했다.
엄마는 옆집 사람이 이사를 갔다며 더 깊은 시골로 갔는데 좋아 보였다고 하시며 고민이라고 하셨다.
서울은 고향보다 더 덥다고 말씀하시고는 설거지를 끝내시고는 잠이 드셨다.
곤히 주무시는 엄마를 보고서는 일찍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물은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엄마다.
김치전을 잘 잘라서 통에 넣어놓고 날짜까지 적어서 보관이 쉽게 해 놓으셨다.
울컥하는 마음에 음식통을 열어 맛을 보았다.
'그래 열심히 먹자'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또 먹었다.
엄마는 이렇게 김치전으로 혈연단결 하시고 그다음 날 가셨다.
그리운 엄마, 늘 옆에 있다고 생각해라 하시며 가셨다.
감사드립니다. 자식은 늘 늦다.
가실 때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용돈을 드렸는데 그대로 두고 가셨다.
고향에는 지천이 먹을거리라고 하시며, 그래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는데 다음 주에는 찾아 뵐 생각이다.
다음 주에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콩국수를 사드리고 혈연단결 해야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그냥 난다.
사는 게 별거 없다. 그냥 이렇게 단순함에도 웃을 수 있다면 이게 행복이지 한다.
최근에 명상을 다시 시작했다. 모순과 불순함 그리고 불안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게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작은 것에 아직도 희비가 결정이 되니 말이다.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필사하겠다고 노트도 샀다.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한다.
다음 주 엄마를 뵐 때는 책도 한 권 사서 선물로 드릴까 한다.
엄마 김치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