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친구가 없다. 20대에는 많았다. 아니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가 서른이 되어서 점점 성향이라는 단어에 묶이면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은 큰 충격을 받고서 헤어지게 되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 난 명품족이 아니다.
친구들은 모이면 다들 하나씩 명품을 들고 나왔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점점 잔소리를 했고 난 그런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게 힘들었다.
친구 s는 내게 "우리 나이에 명품 하나씩은 기본이지, 너 너무 그러는 거 그것도 병이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난 "아니 내가 명품을 산다고 명품이야, 내가 명품이어야지"라는 말로 되받아 치면서 갈등이 생겨서 결국 이 친구와는 자연스럽게 갈라졌다.
2. 난 결혼을 하지 못했다.
아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미혼이냐 결혼이냐에 따라서 친구가 갈라졌다. 결혼하기 전에는 주말이면 놀자고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니 친구들은 힘든 점이 있으면 내게 다 털어놓고 울고 술을 마시자고 불러 놓고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어느덧 나는 그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 이걸 안 건 그들과 이야기를 한 4년 즈음되었을 때 그들이 아무 이유도 아닌데 나에게 화를 냈다. 그래서 난 너무 화가 나서 어이없어하면서 결별을 선언했다.
3. 취미가 다르다.
난 딱히 취미가 없다. 누군가 물으면 취미라고 한다면 글쎄.. 독서는 일상이고 딱히 없다. 바깥 활동을 즐기지 않아서 취미라는 게 없는데 산행이나 바다를 보러 가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너무 큰 활동을 즐기지 않으니 난 그들과 어울리기 어렵고 무엇보다 게임을 하나도 모르니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너무 간단하다.
사람들은 물어본다. 친구가 없으면 외롭지 않냐고, 그런데 친구들은 현재 친구들은 나에게 "너 혼자 잘 놀잖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 난 웃으며 "그건 그렇지"라고 한다.
난 혼술에 혼밥을 잘한다. 혼밥은 대학 때도 했고 친구들은 왕따도 아닌데 왜 혼밥이냐고 물었지만 난 원래 혼자인걸 좋아해서 같이 밥 먹자고 하면 시간 되면, 이라는 단서를 꼭 붙여서 먹었지.
내가 이렇게 혼자서 잘 놀게 된 건 부모님의 양육방식인 것 같다. 부모님은 워낙에 방목이라, 뭐든 혼자서 를 강조하셨다. 대학을 입학할 때도 1학년 1학기 등록금만 내주시고 그다음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로 부모의 독립을 외치셨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에게는 막막했다. 그래서 결국은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지만 덕분에 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면서 노동의 의미를 생각했다.
옛날 어른들이 자신이 죽을 때 상여를 들어주는 사람 3명이 있으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아직 3명은 있다. 그래서 성공까지는 모르겠고, 지금 남은 친구들과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다. 나에게 있는 친구들은 정말 찐 친구들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들이다. 그러니 아주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힘들어서 정신을 못 차려 방황했을 때 누군가는 내게 쓴소리를 했지만 친구들은 내게 시간을 갖자며 나에게 보이지 않게 옆에 있어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난 그때 친구의 정의를 다시 새웠다. 나이 마흔에 친구가 많은 사람들도 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한다. 나만 이상한 건가?. 마흔에 친구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나, 외롭지는 않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