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등어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아프면 엄마는 시장에서 고등어를 사 오셔서 입맛 없는 자식을 위해서 꼭 연탄불을 피워서 앞뒤로 구워주셨다. 난 껍질을 정말 좋아한다. 여동생은 살코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싸울 일이 없었다. 딸 둘을 앞에 두고 나란히 올려주는 고등어를 보시며 침을 삼키시는 줄도 모르고 먹었던 내 어렸을 때 추억은 고등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그날은 날이 너무 추워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공기 몇 판 못하고 집에 들어갔다.
집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그런데 불이 잘 붙지 않아서 엄마가 왔다 갔다 하시며 걱정을 하셨다.
"엄마 뭐해?"
엄마는 "아니 고등어를 구우려고 하는데 불이 안 붙네"
난 "그냥 기름에 둘러서 구워, 만날 이렇게 어려운 음식이면 안 먹는 게 좋지 않겠어?"
참 철이 없다. 엄마는 웃으시면서 "그러면 딸 좋지, 그런데 음식도 다 공식이 있거든"
난 "공식?"
엄마는 "응"
"공식이면 수학이잖아"
"일종의 공식이라면 그렇지, 그런데 여기에는 정성이라는 공식이 더 들어가서 셀 수 없는 공식"
엄마는 참 어려운 말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마술사다.
한참 고민하시더니 "부탁을 해야겠다."
그러고 얼마 지나셨을까, 옆집 아저씨가 오셨다.
정선이네 아버지가 오셨다.
"아 이게 이렇게 되면 잘 안 붙고 옆으로 이렇게 해야죠" 하시면서 엄마의 문제를 해결하시고 가셨다. 뒷말에 "아니 그런데 무슨 음식을 이렇게 정성을?"
엄마는 "애들 고등어 좀 구워주게요" 아저씨는 "좋겠다, 너희들.. 아휴.. 부럽다.. 아저씨는 아저씨 엄마와 살 때 그때가 끝이었다" 하시면서 가셨다. 엄마는 동네 5일장에서 몇 바퀴를 돌아서 고등어 떨이를 사 오셨는지 고등어가 많았다. 구워도 구워도 계속 나왔다. 연기가 우리 집을 잡아먹을 기세가 되자 따르릉, 아빠의 자전거 소리가 났다. 아빠는 "어 고등어네?"
"당신 왔어요"
"아니 이게 고갈비 아니야?"
난 신기해서 "아빠 이거 갈비 아니고 고등어야"
아빠는 웃으시면서 "딸 이렇게 구워서 먹는 게 갈비야, 고갈비라고 그러니까 고등어를 구워서 먹으면 고갈비"
신기했다.
여동생은 "아빠 , 한글을 난 다 배웠는데 또 생겼어"
아빠는 여동생 등을 쓰다듬으며 "살면 더 많은 단어를 배울 거야"
아빠는 일상복으로 갈아입으시며 엄마의 고갈비를 도우시면서 연기와 불을 조절하시면서 그렇게 우리 밥상까지 부모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셨다.
윤기 있는 쌀밥에 고등어 살코기 한 점이 그렇게 맛있는 건 반찬이었다. 환호를 지르며 먹었다. 엄마는 처음 불을 못 붙였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니 아빠는 이번에 구운 고등어가 넉넉하니 동네에 좀 돌리자고 역시 흥부자 아빠는 돌리셨다. 덕분에 우리 집은 고등어 부자가 되어서 그날은 넉넉하게 먹었다.
아팠던 내 몸은 거짓말처럼 괜찮았고 엄마가 올려 준 그 한 점 때문에 추억이 되어 요즘은 고갈비라고 적힌 생선을 구워주는 전문점에 가서 먹는다. 그럼 그때의 추억이 난다. 엄마의 손목이 시큰 거리는 이유는 아마도 그때의 고갈비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아프지만 추억에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