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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Mar 17. 2022

도시락안에 쑥떡 꽃이 피었습니다.

봄이다. 엄마는 이 무렵 되면 약쑥을 캐신다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삼삼오오 모이셔서 쑥을 캐러 다니셨다. 동네 가구 20가구에 여자들이 모여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여 저녁은 각자 한 파트씩 맡아서 미리  만들어 돌리고 그렇게 주말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이 다되어서 오셨다.



그날도 이렇게 봄이 오는 소리에 귓바람에 간지러운 날씨였다. 엄마는 내게 동네 뒷산을 가니 알아서 챙겨 먹으라며 짧은 메모지를 남겨두시고 나가셨다. 집에 남은 내 동생과 아빠는 만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고 땅 꺼미가 꺼질즈음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엄마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날 저녁은 말할 것 없이 쑥국에 쑥버무리에 쑥 무침에 쑥 튀김에 쑥 대잔치였다.



꿀꿀이 슈퍼집 들 마당에 가마솥에 부스터에 불이 났고 그 고단함이 있었음에도 여자들의 손은 바빴고 남자들도 옆에서 거들었다. 아빠는 튀김을 잘하셨다. 튀김의 온도에 맞춰서 떠오르는 잎은 그야말로 과자였다. 여러 음식이 다 되면 우리는 그날은 특별하게 콜라를 챙겨 먹으며 그 흥에 같이 탑승했다. 남자들은 막걸리를 마시며 봄 안주를  마시며 정말 즐거운 저녁을 마무리했다.








그날은 술이 약한 엄마도 사이다에 막걸리를 섞어서 한 잔 하셨다. 남자들은 이거 뭐 봄이라 천지 먹거리야,  내년에는 우리도 가자고 하며 목을 돋우셨다.



지난주 엄마는 내게 전화를 해 봄이라고 쑥 이야기를 하셨다. 난 마트에서 그냥 사 먹겠다고 했지만 손도 발도 빠른 엄마는 이미 떡을 하셨다. 뭐든 철에 먹는 음식은 보약이라고 생각하시는 당신에게 이야기해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엄마는 조카에 우리 들것까지 쑥떡을 해서 방앗간에서 자식 자랑을 하시며 또 흥을 붙이셨던 것 같다.

나이 들어 좋은 건 자식 자랑에 손자 손녀 재롱이고 조카 브로는 요즘 매일 예쁜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낸다. 귀여운 녀석, 나보다 더 철이 든 것 같아 머쓱하지만 지난주 전화에 나에게 명심보감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며 제법 초등학생티를 냈다. 그리고 엄마가 보낸 쑥떡이 정말 맛있어 독점하고 있다며 깔깔 웃었다.



난 수족냉증자이다. 늘 자신의 단점을 닮았다고 긴 한숨을 엄마는 쉬시며 약쑥을 곱게 갈아 나에게 하루에 3번은 타 먹으라고 하신다. 쑥이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방송에서 봤다시며 늘 말씀하신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고 챙기는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겨울에는 생강을 봄에는 이렇게 쑥을 권하시는 엄마를 뵈면 대단하다는 생각에 숙연해진다. 감사하고 고마운 엄마. 난 늘 부족한 자식이다.



나도 지난주 택배로 받고 집을 나서는 길 도시락에 쑥떡을 넣어왔다. 도시락 속에 쑥떡꽃이 피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이 도시락에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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