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었다. 사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이래저래 알코올이 약한 술을 먹기도 해서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그래서 마셨다고 해야 한다. 그러다가 몸이 좋지 않아서 술을 끊었다. 야금야금 먹다가 끊은 게 아니라 술은 단번에 끊었다. 참 사람은 자기 몸에 안 좋다고 하면 이렇게 변하니 정말 위선이다.
내가 가장 많이 술을 먹은 시기는 첫사랑과 헤어지고 1년을 술을 매일 3병을 마시며 일 년을 마셨다. 미친 듯이 마셨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이라고 혀를 찼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마셨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취한 상태로 1년을 거의 살다가 절친이 집에 와서 모진 소리를 하고 나서 정신을 차리려고 얼굴을 보니 내 얼굴은 얼굴이 아니라 몰골이었다. 그래서 그때 술을 끊었다. 집에 있는 술병을 팔아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긋지긋해서 그냥 다 버리고 그곳을 떠나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술이라고 하면 내 몸에 반응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회사 생활 하면서도 나는 술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은 소식가니까라고 생각을 했고 역시 그것도 무시 못하지만 어쨌든 나는 술을 좀 멀리했고 요즘 같이 하이볼이 유행한 다곤 하지만 약간 음미를 하는 정도를 하다가도 아예 이것도 끊어버리고 마시지 않았다.
일단 술을 끊어 버리니 맛있는 음료는 정말 많다. 원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실천이 늦게 이뤄진 거다. 집에 과일을 많이 사두었다. 그래서 과일을 많이 먹고 과일을 갈아 마시고 있다. 얼음을 얼려서 찬 음료를 마셔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처음부터 이렇게 마셨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웃겨서 그냥 그 자리에서 웃어 버린다.
가끔 친구들이 술을 먹자고 제안을 하면 나는 안주만 먹는다. 안주는 맛있다. 그래서 안주킬러라는 별명을 얻고서는 친구들은 이해를 한다고 해서 나는 콜라로 대신을 한다. 그래서 어색할 것 같은 처음 그 자리는 이제는 익숙해서 친구들은 술잔을 들면 나는 콜라를 대신해서 들면서 의리라는 단어로 "반가워"라고 한다.
맛있다. 그래서 난 이왕이면 제로 콜라를 찾는데 이것도 제로가 있는 집이 있고 아닌 집이 있어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친구들은 그렇게 마시면 맛있냐?라고 묻는데 나는 그럼이라고 한다.
일단 술을 끊으니 다른 맛있는 게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좀 더 선명하게 사는 것 같다.
그리고 감정조절이 더 잘 된다. 예전에는 화나 뭔가 일이 꼬이면 술을 마셨는데 사실 알고 보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괜히 내가 트집을 잡아서 마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 자신을 더 객관화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술 보다 음료가 더 나 자신을 빨리 더 다운을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이성과 감성의 경계가 빨리 무너질 수 있는데 음료는 그럴 이유는 없다. 그래서 술기운에 지를 수 있는 그런 일들은 전혀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성적으로 일을 대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앞으로도 술을 금해 볼 생각이다.
세상은 많고 마실 것은 많다. 오늘은 복숭아 주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