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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ug 25. 2024

초계국수

-더 미식 초계국수-

제자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평소 뭐가 먹고 싶다고 하는 제자가 아니다. 그러다가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초계국수요"라는 말을 했다.

생각해 보니 매해 여름을 같이 넘기는데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닭은 먹었어도 초계국수는 먹지 않았다.

그래서 난 집 근처 맛집을 검색했다.

물론 그 평가 점수에 대해서는 그리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도 있다는 건 다행이라는 생각에 주말에 놀러 오라고 했다.


제자는 이미 마음이 싱글벙글했다.

나는 "내가 알아봤는데 우리 집 주변에 있다 가자!" 그래서 우리는 그 음식점으로 갔다.

이런 "야 이거 문이..." 그렇다. 내가 준비한 곳은 3곳이었다. 

첫 번째 곳으로 가서 펑크가 났다. 알아보니 쉬는 날이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당황 그 자체였다. 난 다시 "어 그럼 여기 가자" 해서 땀을 뻘뻘 흘리고 다음 장소로 갔다.

이런 장사를 안 한다. 그러니까 폐업이다. 이때부터는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마지막 장소는 버스를 탔다.

문은 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의 시원한 목소리에 기대를 품었다. "혹시 초계국수.." 돌아온 답변은 "저희 메뉴에 없습니다" 헉. 결국 우리는 방으로 돌아와 잠시 공허함을 가졌다.


난 "그럼 차선을 찾자!!" 그리고 검색한 더 미식에 초계국수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샀다.

착한 제자는 "좋아요"라고 하고 난 두 명이지만 배 터지게 먹으라고 4봉을 끓여서 고명까지 생각해서 최대한 정성스럽게 했다.

상에 차려서 먹는데 "아니 이게 뭐라고.. 나 참.."

제자는 "여름이 다 지났는데 그래도 맛있네요"

나는 "우리 할머니는 그때그때 먹는 음식이 있다고 하셨거든 , 어째 사회는 발달하는데 나는 퇴보하는 건가? 어렵네"

제자는 "이렇게 먹으니 똑같아요"

나는 "먹어는 봤고?"

제자는 그게 중요하냐며 정말 맛있게 먹어 주었다.




나는 내년 여름에는 무조건 초계국수 찾는다!! 라며 나는 음성을 높였고 제자는 제가 미리 찾아 놓을게요라고 뭔가 적는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그래"라고 했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올해 나는 겨우 견뎠다,라는 말을 하면서 제자에게 같이 견뎠네라는 말을 했다.

제자는 나에게 더울수록 많이 드세요라면서 수박을 사들고 왔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달지만 더 달게 먹으려고 설탕까지 뿌려서 먹었더니 살이 쪄서 웃으며 

"야 뭐야 살쪘어"라고 웃었는데 평소 제자는 내가 몸무게가 늘었으면 하는 편이라 "목표 완성!"이라면서 웃으며 "좀 드세요" 라며 자신도 먹으며 "이제 가을 오면 더 드세요" 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좌충우돌했던 초계국수를 먹으며 여름을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닭을 사셨는데 노계를 사셨다. 아, 물론 영계도 사셨는데 노계를 사시는 날은 그날은 집이 너무 더운데도 펄펄 끓는 날씨는 어디 두고 그 땀을 흘려서 저녁에 내어 놓으면 아빠는 "수고했네" 하시면서 소금에 닭을 드시면서 "아주 부드러워" 하시면서 드셨고 엄마는 "노계라도 먹으니 좋네"라고 하셨다.


사실 어릴 때는 노계 영계 개념이 없어서 그냥 먹으면 되는 거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어떨 때 노계를 사시고 어떨 때 영계를 사시냐고 여쭤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엄마 마음"이라고 웃으시며 넘기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중요한 날은 영계를 사셨던 듯하다.

늘 가는 닭집에서는 "아니 오늘은 좋은 거?"라고 하면 엄마는 "네"라고 하시고 생각하면 누군가의 생일이거나 그랬다.


어릴 때 그렇게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한참을 일기나 독서를 하고서 잤다. 엄마는 너무 늦게 자면 학교 못 간다고 나에게 잠을 청하라고 하셨는데 다 추억이다.


제자에게 어릴 때 겪은 여름경험을 들으며 사는 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미소를 보이며 마무리는 보리차를 마시며 그렇게 하루를 떠나보냈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초계국수를 먹으며 여름을 정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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