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재성이 있는 굿파트너를 보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야기를 한건 일주일 전이었다.
친구가 결혼을 하고 사실 이 친구와는 뜸했다. 잘 모르겠다. 결혼을 하면 자꾸 연락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내가 노력을 해서 연락을 하면 그때는 또 되긴 하는데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숙제를 준 것 같아서 나도 연락을 줄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뜸하게 된다. 그러다 친구가 나에게 먼저 전화를 줬다.
참 드문 일이다. 대전에 사는데 오랜만에 서울에 왔다고 연락이 왔다.
더운 여름에 주말에 어디서 볼까 하다가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불어진 살 때문에 고생이라며 역시나 몰라보게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난 "운동을 열심히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이니까 해봐"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그 이야기는 너무 들었다"하면서 웃었다.
나는 그동안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는 잘 크고 남편분도 잘 계시지?"
친구는 커피잔을 만지며 "나 이혼했어"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뭐라고?"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이혼했다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으로 살았을까 싶어서 막연한 나에게 친구는 "너는 결혼 안 해봐서 모르지, 우리 대학 CC였잖아. 나도 그랬어. 우리는 인연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백 년 간다. 그런데 아니더라. 그리고 누가 먼저 변심했나 따지는데 세상에 그런 지옥은 없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그 방영하는 굿파트너를 보는데 그래도 많이 순화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나도 요즘 봐"
친구는 웃으며 "이해는 하고?"
나는 "그냥 그렇구나.."
친구는 "나는 그래도 직업이 있으니까 그렇지 직업이 없으면 굉장히 힘들어. 나 같은 경우는 그래도 남편불륜 이런 건 아니야. 그런데 또 불륜이야." 난 이해가 잘 안 됐다.
친구는 정말 심플하게 "그냥 자기는 처음으로 살고 싶데. 그리고 인연을 다시 만났다고 나에게 이혼하자는데 처음에는 이 인간이 뭐라고 하는 거야 했거든 본격적으로 싸움을 피 터지게 하는데 나는 세상 나쁜 사람이고 세상 순수한 이 남자는 사랑에 올인을 하겠다는데 내가 발목을 잡으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지. 그런 완벽한 시나리오는 문학 작품에서 봤지, 내가 주인공이 될 줄이야. 아 정말 힘들었다"
난 "수고했네"
친구는 "다 지났어. 그래서 너 그때 문자 가끔 할 때도 답변도 못했아. 정신도 없고 힘들었어. 그냥 그랬어"
난" 그랬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친구는 나에게 "결혼 안 한 네가 굿파트너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래 한계는 있을 수 있겠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고 친구는 다 지난 이야기를 다시 하니 울화통이 난다며 커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내게 중요한 조언을 했다. "외롭다고 결혼하지 말고 , 순간에 흔들려서 결혼하지 말고" 힘주어서 말하는 친구에게 난 "응"이라고 말을 했고 친구에게 "언제든 연락해"라고 하며 난 헤어졌다.
사람일이란 늘 이렇게 서바이벌이다. 내 친구 중에 이혼을 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이혼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생하게 들으니 인생에 무게가 원래 무거운 줄은 알았는데 더 무거웠다.
그래서 나는 괜히 지하철에서 내 모습을 보면서 '너라면 이혼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힘들다는 거다.
친구에게 다시 한번 연락을 꼭 하라는 카톡을 보내고 그날은 잠을 잘 수 있었다.